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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비트코인은 3만달러 찍었는데…리플에겐 너무 힘들었던 일주일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비트코인(BTC)은 새해 첫 날부터 상승세를 보여주며 나날이 최고가를 경신해 3만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더리움(ETH)도 이번주 약 17% 올랐고요.

그런데 시가총액 4위 가상자산인 리플(XRP)의 상황은 반대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이슈가 나온 지난달 22일에 비해 가격은 반토막났습니다. 가격 하락세에는 거래소 및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들이 XRP 지원을 중단한 영향이 컸습니다. 첫 재판일은 오는 2월 22일이지만 거래소들은 벌써부터 XRP 거래를 중단하는 추세입니다.

시가총액 3위인 테더(USDT)가 시장에서 기축통화처럼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인 점을 감안하면, XRP는 여전히 ‘3대 가상자산’입니다. 규모도 크고 인지도도 높은 만큼 XRP의 운명이 가상자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텐데요.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 다뤄보겠습니다.

◆“XRP, 증권이냐 아니냐” SEC vs 리플 붙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2일 XRP를 ‘미등록 증권’으로 보고 발행사인 리플사(社)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증권을 유통하려면 연방증권법을 준수해야 하지만, 리플사는 증권법 상 조치 없이 XRP를 판매했다는 게 SEC 측 주장입니다. 벌금과 함께 판매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것이죠.

XRP가 증권인 근거로는 ▲리플사 임원진이 XRP를 판매하고 사익을 챙긴 점 ▲리플사 수익의 대부분이 서비스 판매 수익이 아니라 XRP 판매 수익인 점 등을 들었습니다.

또한 SEC는 리플사가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기 때문에 투자자가 보호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증권법 상 투자자들은 발행사의 재무 정보, 운영 정보 등을 볼 수 있으나 리플사는 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리플사는 사업 상 파트너들에게 XRP를 지급해왔는데요, 파트너사들이 시장에 XRP를 대량 매도하는 것을 회사 측에서 막지 않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역시 투자자 피해를 일으켰다는 주장입니다. 일례로 파트너사 중 머니그램이 리플사로부터 받은 XRP를 시장에 전량 매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SEC가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SEC는 예전에도 텔레그램의 톤(TON), 킥(KIK)의 킨(KIN) 토큰이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텔레그램은 SEC에 패소해 결국 톤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킥은 벌금 500만달러를 내고 SEC와 합의했습니다. 결국 SEC를 이긴 프로젝트는 없는 셈입니다.

다만 XRP는 톤이나 킨보다 훨씬 규모가 큰 가상자산입니다. XRP 보유자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있고, XRP를 상장한 거래소도 전 세계에 고루 위치해있죠. 리플 측 변호사는 이 같은 특징을 근거로 승소를 자신했습니다.

앤드류 시리즈니(Andrew Ceresney) 변호사는 “XRP는 매일 수십억달러씩 거래되는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가상자산”이라며 “SEC가 이전에 제재했던 ICO(가상자산공개) 사례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증권이 아닌 암호화폐로서 규정돼야 한다는 얘기도 더했습니다.

리플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SEC의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XRP 보유자는 리플사에 대한 의결권을 갖지도 않고, 배당금을 받지도 않기 때문에 증권이 아니라는 게 리플 측 주장입니다. 또 증권과 달리 XRP의 가격은 리플사의 성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거래소들, 재판 전부터 리플과 ‘거리두기’

바이낸스US 공지사항 캡처.
바이낸스US 공지사항 캡처.
리플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 업체들은 ‘XRP와 거리두기’를 실천 중입니다.

만약 SEC가 승소해 XRP가 증권으로 분류되면 미국 내 일반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XRP를 거래할 수 없습니다. 증권 거래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거래소들은 일찌감치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바이낸스US, 오케이코인 등 유명 거래소들이 줄줄이 XRP 거래 중단을 알렸습니다.

또한 미국 외 지역 거래소라도, 미국인 고객이 있을 경우엔 XRP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미국인 고객의 XRP 거래를 중단한다는 거래소들이 등장하고 있죠.

국내 거래소들은 대부분 외국인 고객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망하는 거래소가 많습니다. 지난 2019년 국세청이 빗썸에 외국인 고객 소득에 대한 803억원 ‘세금 폭탄’을 부과하자, 다른 거래소들도 제한을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업비트는 국내 휴대폰을 개통한 외국인에만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인 고객 여부와 상관없이 위험 관리 차원에서 XRP 거래를 중단한 거래소는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 중 코어닥스는 “SEC의 움직임은 향후 국내 흐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징성을 지닌다”며 XRP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거래소뿐 아니라 결제 서비스 크립토닷컴, 가상자산 지갑 스와이프 등도 서비스 내 XRP 지원을 중단한다고 공지했습니다. XRP가 힘든 한 주를 보낸 이유입니다. 이어지는 거래 중단에 XRP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보였고 이번주에만 23% 떨어졌죠.

단 일본 거래소들은 예외입니다. 일본 거래소에선 규제당국이 ‘암호자산’으로 인정한 일명 ‘화이트리스트’ 코인만 거래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XRP는 암호자산이자 화이트리스트 코인으로 이미 인정돼있으므로 일본 거래소들은 XRP를 계속 지원할 가능성이 큽니다. 리플사의 파트너인 SBI그룹의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도 트위터를 통해 “일본에서 XRP는 계속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리플 소송, 다른 코인에 불똥 튀나…거래소도 영향 받아

XRP의 운명은 앞으로의 재판에서 갈릴 전망입니다. 첫 재판은 오는 2월 22일입니다.

만약 SEC가 승소한다면 리플사가 벌금을 모두 납부하더라도 미국 내 거래소에서 XRP를 거래할 순 없습니다. 때문에 리플사는 “재판에서 모두 증명해낼 것”이라며 승소를 위해 싸우겠다는 뜻을 투자자들에게 전했습니다.

SEC의 칼날이 XRP뿐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을 향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테이블코인 또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대표 격인 테더(USDT)는 이미 뉴욕 검찰로부터 기소 당한 바 있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파올로 아도이노(Paolo Ardoino) 테더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테더는 FinCEN(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에 정식 등록돼있다”며 “모든 사용자에게 KYC(실명인증)와 자금세탁방지(AML)를 적용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다음 제재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한편 벌써부터 XRP 소송의 불똥을 맞은 곳도 있습니다. 거래소 코인베이스입니다.

지난달 30일 유투데이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고객이 거래소를 상대로 XRP 거래 수수료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코인베이스가 XRP가 증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거래를 지원해 수수료를 챙겼다”며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리플사는 공식 성명을 통해 “SEC의 소송은 리플만이 아닌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공격”이라며 “무고한 XRP 보유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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