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CP에게도 인터넷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의무를 지우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10일 시행됐다. 글로벌CP들은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만 네트워크 안정성을 비롯해 이용자 보호에는 소홀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이번 시행령 개정의 의미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소위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10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 망 안정성을 갖추고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국내CP와의 역차별을 막고, 망 사용료 협상과정에서 글로벌CP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이용자 피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첫 발걸음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법 시행이 망 안정성, 망 사용료 등을 둘러싼 소송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망 품질 관리 책임을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뿐 아니라 국내외 CP에게 부과하면서, 법적 미비점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해외CP가 소송전에서 주로 유리한 위치를 점했지만, 넷플릭스법 시행에 따라 법적근거가 마련된 만큼 향후 해외CP와 망 품질 이슈 관련 분쟁 때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외CP가 국내 사업자와 정부 당국을 상대로 소송에 돌입한 사례는 최근에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앞세워 한국 정부와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페이스북은 통신사와 협의 없이 2016년 12월 SK텔레콤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해, 트래픽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접속응답 속도가 4.5배 느려졌다.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고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이용자 피해를 야기한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고, 이에 불복한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모두 페이스북이 승소했다.
재판부는 2심에서 페이스북 행위가 고의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이용제한에 해당하나,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지난달 상고이유서를 제출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 2월까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본안 심리에 들어간다. 페이스북이 정당한 사유로 이용제한 행위를 했는지, 현저한 피해 기준이 타당한지 등을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와 페이스북 소송은 넷플릭스법을 촉발시킨 매개체다. 재판부가 “현행 법령상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때 미리 ISP와 협의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해외CP는 국내 트래픽 상당수를 점유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등 인터넷 생태계 내 막대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ISP에만 망 품질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와 정부가 법적근거 마련에 나선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놓고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넷플릭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트래픽과 관련해 망 운용‧증성‧이용에 대한 대가지급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 요청에 따라 방통위가 망 사용료 중재에 나선 상황에서, 돌연 소송으로 전환해 방통위 중재를 무력화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2차 변론은 내년 1월15일 예정돼 있다. 넷플릭스는 접속료와 전송료를 구분하며, 접속료를 지불한 만큼 전송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를 접속료와 접송료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해외 망 사용료 계약 사례에 대한 변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넷플릭스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이들 재판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하지만, 추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수 있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해외CP가 망 안정성을 해쳐 실제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쳤다면, 법적으로 CP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망 사용료의 경우, 넷플릭스법에 적시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망 사용료를 낸다는 것은 곧 망 품질 유지에 기여한다는 뜻인 만큼, 통신업계에서는 정당한 대가를 얻도록 협의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는 실질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망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모두 ISP 문제로만 치부했는데, 이제 CP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며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진일보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법에서는 전년도 말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이 각각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를 적용대상으로 삼는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가 해당된다. 국내 사업자뿐 아니라 트래픽 상당수를 차지하는 해외CP까지 법적 테두리에 포함시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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