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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가상자산 업계 '지각변동', Q&A로 보는 특금법 시행령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이번주에는 중요 소식들이 꽤 있었습니다. 우선 비트코인(BTC)이 5일과 6일 이틀 연속으로 연고점을 경신했습니다. 1700만원대 비트코인을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인데요, ‘미국 대선 효과’가 톡톡히 발휘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큰 소식이 하나 있었죠. 그렇게 기다리던 특금법 시행령이 나왔습니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요, 이는 지난 3월 특금법이 개정된 데 이은 후속조치입니다.

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자금세탁방지(AML) 등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를 준수하는 사업자에 한해 신고 후 영업하도록 한 것입니다. 어떤 기업이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고 또 어떤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지 시행령에 담겼는데요, 자세한 사항을 Q&A로 살펴보겠습니다.

Q: 특금법 개정안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으로 영업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이 FIU에 영업을 신고한 후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국제자금세탁기구(FATF) 권고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몇 가지 의무도 주어집니다. 즉 의무를 다해야 영업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Q: 누가 가상자산사업자인가요?
A: 가상자산 ▲매도 ▲매수 ▲교환 ▲이전 ▲보관 ▲관리 ▲거래 중개 행위 중 하나라도 ‘영업으로’ 한다면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는데요, 구체적인 사업자의 범위가 이번 시행령에서 포함됐습니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는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로 결정됐습니다. 단순히 보면 가상자산 거래소, 커스터디(수탁) 업체, 지갑 업체가 가상자산사업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Q: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가 여전히 헷갈린다던데요?
A: 맞습니다. 우선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하는 일반적인 거래소들은 당연히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데요,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지 않고 단순히 P2P(개인 간) 거래를 위한 플랫폼만 제공하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일명 탈중앙화거래소(DEX)는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커스터디나 지갑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상자산 보관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때 사용자가 개인 키(Key)를 보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자체만 제공하는 경우, 그래서 제공하는 사람이 사용자의 가상자산을 건드릴 수 없는 경우엔 해당하지 않습니다. FIU 관계자도 <디지털데일리>에 “사업자가 사용자의 가상자산 송금 행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해당 여부가 달라진다”고 전했습니다. 또 오프라인 상태의 지갑인 콜드월렛, 하드웨어 형태의 지갑도 제외됩니다.

Q: 가상자산사업자로 영업을 신고하려면 뭘 갖춰야 하나요?
A: 우선 특금법의 목적은 ‘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규제하는 것’입니다. 시행령이 나오기 전 특금법 개정안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받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게끔 했습니다. 특금법의 목적 자체가 자금세탁방지이니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이에 시행령에서는 은행이 실명계좌를 터줄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됐습니다.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할 것
②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할 것
③신고 불수리 요건(벌금 이상 형 선고 후 5년 경과 이전)에 해당하지 않을 것
④고객 거래내역을 분리 관리할 것
⑤금융회사(은행)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행위 방지를 위해 구축한 절차·업무지침을 확인해 금융거래 등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의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함

위 1번부터 4번까지 요건을 충족한 뒤 은행으로부터 적절한 평가를 받으면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단,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실명계좌는 안 받아도 됩니다. ISMS 등 나머지 사항만 준수하면 됩니다. 기존 사업자의 영업 신고 기한은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1년 3월에서 6개월의 유예 기간이 흐른 9월까지입니다.

이 밖에 ‘트래블룰’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이번 시행령에 담겼는데요, 이에 대해선 뒤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Q: ‘거래소의 운명을 은행이 결정한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던데, 맞나요?
A: ‘사실상’ 그렇습니다. 커스터디나 지갑 업체는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굳이 제공하지 않아도 되지만, 거래소에게 원화 입출금은 필수적이죠. 원화를 넣고 비트코인을 살 수 있어야 거래소 사업이 될테니까요. 원화 입출금이 되지 않는 거래소는 수익성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 요건을 보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해 ‘은행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은행이 거래소의 운명을 결정짓게 되는 셈입니다.

사실 이 요건에 따른 문제가 많습니다. 현재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를 제외한 거래소들은 실명계좌가 없는데요, 때문에 대부분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정해줄 시행령만 기다려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시행령은 은행에게 평가 권한을 주는 내용이니, 은행과 협상해야 하는 특금법 이전 때와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거래소들은 은행이 투명하게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은행은 기준을 정하는 행위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죠.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데일리>에 “자금세탁방지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은행에게는 리스크”라며 “은행도 영리기업이다 보니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얻는 이익이 큰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수익은 발생하겠지만, 자금세탁 가능성으로 인한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주저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Q: 그럼 이미 실명계좌 있는 4대 거래소들은 한숨 돌리겠네요?
A: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4대 거래소도 보완할 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가상자산사업자에 특화된 ISMS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가상자산사업자는 기존 항목 325개에 가상자산 특화 항목 56개를 합한 381개를 심사 받아야 ISMS 인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4대 거래소는 ISMS 인증도 모두 획득한 상태인데요, 획득했다 하더라도 유효기간은 3년이고 매년 사후심사도 받아야 합니다. 이 때 예전보다 56개 항목을 더 챙겨야 하니 보완할 점이 생긴 것입니다.

아울러 4대 거래소도 트래블룰 준수를 위한 인프라는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Q: 트래블룰을 준수해야 한다고요?
A; 네, 맞습니다. 단 특금법 개정안 시행일인 2021년 3월 25일에서 1년 유예된 2022년 3월 25일부터입니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을 이전(송금)할 때 송신을 담당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전 관련 정보를 수취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한 마디로 A 거래소에서 B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보낼 때 A 거래소가 일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시행령에 따르면 송신인의 정보(성명 또는 법인명, 가상자산 주소 등), 수취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관한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합니다.

개인과 개인 간 가상자산 송금 시엔 트래블룰을 준수하지 않아도 됩니다. 애초에 특금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사업자에게 자산을 보낼 때, 또는 사업자가 개인에게 자산을 보낼 때만 준수하면 됩니다.

트래블룰을 준수해야 하는 경우./출처=금융정보분석원
트래블룰을 준수해야 하는 경우./출처=금융정보분석원
다만 정보를 제공하는 ‘룰’이다보니 정보 공유를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시행 시점이 1년 유예됐습니다. FIU 측은 “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업계 자율적으로 공동의 솔루션을 도입할 충분한 기간이 필요함을 감안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래블룰 준수를 위한 기준 금액은 100만원입니다.

Q: 그럼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이 제도화된 것인가요?
A: 아닙니다. 이번에 FIU는 특금법 시행이 ‘가상자산 제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단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 관련 의무를 부여했을 뿐이라는 것이죠. FIU 측은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 가상자산 제도화는 아니”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Q: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그대로인가요?
A: ICO(가상자산공개)에 대해서도 기존의 ‘사실상 금지’ 원칙이 유지됐습니다. FIU는 가상자산 관련 향후 정책 방향을 밝히며 “가상자산과 관련된 투기과열 불법행위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연구, 개발, 투자 등 육성한다”고 했죠.

Q: 특금법이 가상자산 업계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 같은데, 특금법 시행으로 발전할 만한 회사는 없나요?
A: 특금법 시행을 기회 삼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사업은 아니지만,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 업체들이나 트래블룰 솔루션 업체들이 그런 기업이라고 할 수 있죠. 옥타솔루션, 에이블컨설팅 등 기존 금융권에 AML 솔루션을 제공하던 업체들은 가상자산사업자에 특화된 AML 솔루션을 마련했습니다.

또 트래블룰을 따라야 하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을 위해 코인플러그, 람다256 등 블록체인 업체가 관련 솔루션을 일찌감치 마련했죠. 코인플러그는 탈중앙화신원인증(DID)을 활용한 트래블룰 솔루션 ‘TX룰’을, 람다256은 자체 분산 프로토콜을 활용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 VASP)’를 개발했습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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