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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령]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 운명, 은행에 달렸다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 업체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영업 여부를 사실상 은행이 결정짓게 된다.

2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3월 가상자산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특금법이 개정된 데 이은 후속조치다. 개정된 법과 시행령은 오는 2021년 3월 25일 시행된다.

시행령에는 ▲가상자산사업자 및 가상자산의 범위 ▲신고 서류 및 절차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의 개시 기준 ▲가상자산 이전시 정보제공 대상 기준 등이 담겼다.

◆거래소‧커스터디‧지갑 업체, 특금법 준수해야

우선 다양한 의견이 오갔던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는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로 결정됐다. 거래업자는 가상자산의 교환이나 매매를 중개 또는 알선하는 사업자로, 거래소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P2P(사람 간) 거래를 위한 플랫폼만을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즉 거래 플랫폼만을 마련해놓은 탈중앙화거래소(DEX)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니다.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는 일반적으로 커스터디(수탁) 업체를 말한다.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행위를 주요 업무로 수행하는 곳들이다.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는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에 해당된다. 이 때 사업자가 단순히 개인키(Key)를 보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제공할 뿐 가상자산 송금 등에 관여할 수 없을 경우, 즉 완전히 탈중앙화된 지갑일 경우 특금법 상 규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하드웨어 형태 지갑만 판매하는 곳들도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지갑 업체들은 중앙화된 형태이므로 특금법 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가상자산사업자 운명, 은행이 결정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할 경우 FIU에 신고한 후 영업할 수 있다. 이 때 영업하기 위해선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①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할 것
②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할 것
③신고 불수리 요건(벌금 이상 형 선고 후 5년 경과 이전)에 해당하지 않을 것
④고객 거래내역을 분리 관리할 것
⑤금융회사(은행)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행위 방지를 위해 구축한 절차·업무지침을 확인해 금융거래 등에 내재된 자금세탁행위의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함

위 5번으로 인해 가상자산사업자의 운명은 사실상 은행이 결정짓게 된다. 1번부터 4번까지 요건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직접 충족할 수 있지만, 5번의 주체는 은행이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받은 가상자산사업자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으로 4대 거래소로 불린다. 4개 거래소는 재계약을 완료했지만, 다른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해 은행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가상자산 주고받을 때 정보 공유해야…‘트래블룰’ 입법화

이번 특금법 시행령에는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트래블룰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송신을 담당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전 관련 정보를 수취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트래블룰에 따른 의무를 부과 받는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선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공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에 FIU는 트래블룰에 한해서만 법 적용 시점을 2021년 3월 25일이 아닌 2022년 3월 25일로 정했다. FIU 측은 “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업계 자율적으로 공동의 솔루션을 도입할 충분한 기간이 필요함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트래블룰 준수를 위한 기준 금액은 100만원이다. 금융정보분석원장 고시에 따라, 환산금액을 산정했을 때 1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의 이전 행위에 대해 규정이 적용된다. 개인 간 거래에는 트래블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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