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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상당수 사라지나…챙길 것 많아 힘들어진 가상자산 거래소들

실명계좌·ISMS뿐 아니라 트래블룰에 과세 인프라까지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중소형 거래소는 물론 4대 거래소까지 지킬 게 급격히 늘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특금법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에는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특금법 개정안 및 세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가 마련해야 할 것은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인증 가상계좌 ▲트래블룰 인프라 ▲납세 관련 솔루션 등이다.

AML 시스템 및 ISMS 인증은 영업 신고를 수리받기 위한 요건이며, 실명인증 가상계좌는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한 요건이다. 원화 입출금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수익성이 없으므로 거래소 사업을 위해선 세 가지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트래블룰 역시 준수해야 한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송신을 담당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전 관련 정보를 수취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다만 트래블룰 준수 시점은 관련 인프라 마련을 위해 1년 유예돼 2022년 3월 25일부터다.

아울러 2021년부터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의 수익에 대해 20%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납세 관련 인프라도 필요해졌다. 지난달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거래소들은 모든 이용자를 거주자 및 비거주자로 구분한 뒤 개인별, 기간 단위별 데이터를 과세 자료로 추출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형 거래소들, 영업 가능 여부 알 수 없다

이처럼 지킬 게 많아지자 실명계좌조차 없는 중소형 거래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ML 시스템이나 ISMS 인증을 마련하더라도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다.

시행령에 따라 실명계좌를 확보하기 위해선 ISMS 인증을 받고 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하는 등 몇 가지 요건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요건을 따르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은행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은행이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한 후 실명계좌를 터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계좌는 거래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거래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AML 시스템 및 ISMS 인증을 확보하는 데는 수억원이 든다. 또 다른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AML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최소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며 “ISMS 인증 역시 컨설팅까지 합하면 1억 이상 써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특금법 시행 후 영업 신고 기한이 끝나는 내년 9월까지 신고를 마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만약 어렵게 영업 신고를 마친다고 하더라도, 신고 기한 직후인 내년 10월부터는 투자자들의 납세를 도와야 한다.

이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이루어진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일을 주식의 양도소득세 확대 시행일과 같은 2023년 1월 1일로 유예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협회는 “(특금법에 따라) 신고가 수리되어야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므로, 아무리 서둘러도 2021년 10월부터 과세 자료를 추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4대 거래소도 예외 아냐…“가진 것은 지키고 새로운 것 보완해야”

이미 은행 실명계좌 및 ISMS 인증을 확보한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도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ISMS 인증과 은행과의 재계약 모두 향후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ISMS 인증 항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기존 항목 325개에 가상자산 특화 항목 56개를 합한 381개를 심사 받아야 ISMS 인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ISMS를 획득한 거래소도 1년 마다 시행되는 사후심사 때는 신설 항목을 심사받아야 한다. 대형 거래소도 챙길 게 더 많아진 것이다.

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게 되면 은행과의 재계약도 까다로워질 수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기준을 마련한다면 이미 계좌가 있는 거래소들을 심사할 때도 까다롭게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과세 인프라나 트래블룰 솔루션은 4대 거래소에게도 새로 구축해야 하는 항목이다. 이에 빗썸은 가장 먼저 과세 인프라를 구축했다. 빗썸은 지난 4일 우리펀드서비스와 ‘가상자산 자동신고 납세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다른 거래소도 과세 인프라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코인원 관계자는 “재무팀과 검토하며 과세 관련 시스템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트래블룰 솔루션의 경우 거래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구축해야 한다. 트래블룰 준수 시점이 유예된 만큼 다른 항목에 비해선 시간이 있지만, 역시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 이에 코인플러그 등 트래블룰 솔루션을 개발해둔 회사들이 거래소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래블룰 솔루션 ‘TX룰’을 구축한 코인플러그 측은 “트래블룰 솔루션은 여러 사업자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거래소들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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