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월 3만원대’ 5G 요금제가 통신3사 전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통신3사 중저가 5G 요금제를 줄곧 요구해 왔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통신비 인하 압박이 이어졌다. 국감을 앞두고 KT가 25% 선택약정 기준 월 3만원대 5G 요금제를 먼저 출시하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뒤를 이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는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SK텔레콤은 고객 친화적인 요금제 개편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요금제 규제(요금인가제) 대상이라 준비‧출시에 시간이 소요되는데, 늦어도 연말‧내년 초에는 가능하다고 본다.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앞서, KT가 선보인 ‘5G 세이브’ 요금제는 월 4만5000원, 25% 선택약정할인 후 월 3만3750원이다. 매월 5GB 데이터를 제공하고, 기본제공량 소진 때 최대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요금제를 설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3~4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는 소비자 선택권이 다양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KT가 적용한 ‘월 5GB’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당 월평균 트래픽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8월 가입자당 트래픽은 10.2GB다. 5G 스마트폰 이용자만 따로 보면, 1인당 트래픽은 26.6GB다.
프로야구 생중계를 5G로 시청했을 때 시간당 2.5GB가 소요되니, 야구경기 2시간 시청에 기본데이터 5GB를 모두 소진하는 셈이다. 증강현실, 가상현실, 초고화질 대용량 콘텐츠, 클라우드 게임 등 5G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LTE 요금제를 쓰는 편이 낫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초저지연‧초고속 5G 서비스를 제한 없이 체험하려면, 사실상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통신사만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정부와 국회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5G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인데, 실제 소비자가 실익을 얻게 하려면 근본적 원인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5G 투자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수익율도 확보하지 못한 5G 요금을 무작정 내릴 수는 없다.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회와 정부 요구에 못 이겨 10GB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면피성 요금제만 줄지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통신사가 5G시장에 적극 나서게 할 당근도 부족하다. 현재 통신3사는 5G 전국망‧인빌딩 커버리지 확보, 28GHz‧5G 단독모드(SA) 상용화, 최대규모 주파수 재할당 등에 대규모 비용을 쏟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정부에서는 디지털뉴딜 및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통신사에게 투자 확대를 요청하며 5G 세제지원 등을 약속했으나, 기획재정부 문턱도 제대로 넘지 못했다. 다음 달 공개되는 주파수 재할당대가의 경우, 정부 예산안에 5조5000억원으로 반영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통신업계는 1조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과도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 전략 스마트폰이 5G로만 출시된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출고가 또한 100만~200만원을 웃도는 고가다. 국회에서는 자급제뿐 아니라 통신사에서도 5G 단말을 LTE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제조사가 LTE 전용 단말을 출시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략 단말을 5G 전용으로만 내놓지 말고 LTE 버전으로도 함께 출시한다면, 요금제 논란도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