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첫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국감은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이 잇따르면서 전반적으로 밋밋하게 흘러갔지만, 한때는 여야간 고성과 힐난이 오가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살펴야 할 국회의원들의 의미 없는 말싸움과 비속어도 계속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회의원이 당했다(?)” ‘국회농단’ 일파만파
7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국감은 박대출 의원(국민의힘)이 쏘아올린 ‘국회농단’ 사태에 극심한 여야 대립으로 난장판을 벌였다. 박 의원은 이날 “여야 의원들이 다수 참여한 한 포럼 단체가 알고보니 네이버가 회장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의 사전 계획이었다”며 “네이버가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박 의원은 “피규제기관이 규제기관인 국회를 배후 조정하겠다는 시도”라며 “네이버의 국회농단 의혹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즉각 “동료 의원들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국회농단이라고 모욕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국회의원들이 마치 네이버가 짜놓은 각본에 ‘속아 넘어갔다’는 듯한 뉘앙스도 문제가 됐다. 박대출 의원은 “의원들이 조종 당했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유감을 표했지만 끝내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카카오 갑질 의혹을 물고 늘어지며 ‘물귀신’ 작전을 펼쳤다. 김성중 의원은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사보임을 요구한 윤영찬 의원은 ‘(카카오) 들어와’ 사건부터 서로 얘기하면 끝도 없다”고 박대출 의원을 두둔했으며, 조명희 의원도 “우리도 참고 있다”며 불을 붙였다. 이에 여야 의원간 “얘기 들으세요” “소리 지르지 마라” 등 고성이 오가다 결국 감사 중지까지 이어졌다. ◆“‘또라이’는 순수 우리말…‘똘짓’ 아닙니까?”
박성중 의원은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정부의 공공와이파이 투자계획을 비판하며 “또라이” “똘짓”이라는 비속어를 써 물의를 빚었다. 박 의원은 “(공공와이파이 확대정책을) 대통령 포퓰리즘, 퍼주기, 대권야욕, 밑 빠진 독에 예산 붓기라고 하지 않겠다”며 “똘짓(또라이짓) 아닌가, 왜 국민 세금을 이런 곳에 쓰느냐”고 힐난했다. 박 의원은 “또라이는 일본말인 줄 알았는데, 순수한 우리말이더라”라고 짚기도 했다.
공공와이파이 확대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자, 더불어민주당 1호 총선공약이다. 여당은 3년간 5800억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5만3000여개 공공시설에 공공와이파이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를 맡고 있는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공공와이파이를 사용해봤냐”는 박성중 의원 질문에 정작 “사용해본 기억이 없다”고 답해 박 의원으로부터 “쓸데 없이 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날 박성중 의원은 갑작스레 답답함을 호소, 마스크를 벗고 질의하겠다며 위원장 허락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원욱 위원장은 “말하기 힘들다면 잠깐은 가능하다”고 수용했지만, 이후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말할 때 비말이 많이 나온다”며 “심각한 코로나19 국면이니 불편하더라도 가능하면 말할 때 마스크 착용해달라”고 꼬집어 다소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강경화 남편은 못 말려…방통위는 말려지니까”
8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감에서는 때아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화제 발언이 패러디(?)되기도 했다. 방통위가 추석 연휴 기간 직원들에게 고향 방문을 자제하도록 하고, 타지역을 방문했다면 방문 지역과 사유 등을 제출하라고 조치한 점을 박대출 의원이 지적하는 과정에서다.
박대출 의원은 이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외교부 장관 남편은 요트 사러 미국에 가도 되고, 방통위 (직원들)은 추석에 고향도 가면 안되냐”며 “(장관 남편은) 말려도 말려지지 않으니까 가도 되고, 방통위는 말리면 말려지니까 가면 안되냐”고 비판했다. 앞서 외교부 국감에서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해외여행 논란을 두고 강경화 장관이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외교부 국감에서는 강 장관의 솔직한 답변에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번엔 왜 안 나오나 했더니…“반말 하지마!”
이번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간 견제와 말다툼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박대출 의원의 ‘국회농단’ 발언이 빚은 공방으로 여야 의원들은 서로 자리에서 일어나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박성중 의원이 반말 섞인 지적을 하자,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왜 반말하세요” “또 반말이야 왜” “나이 많으면 반말 해도 돼요?”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진 방통위 국감에서도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박성중 의원이 의사진행발언 시간에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질의를 이어간 것에 대해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시간 지켜주세요”라고 지적하자 “질의가 아니라 자료요청”이라고 맞받아쳤고, 결국 조 의원이 “반말 하지 마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간 말싸움이 계속되자 이원욱 과방위 위원장은 “하지마”라고 애걸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