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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2016년 12월, 페이스북은 통신사와 협의 없이 SK텔레콤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했다.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뻥 뚫린 8차선 대신 2차선 도로로 수많은 차량을 보낸 것이다. 병목현상은 불 보듯 뻔했다. 접속응답 속도는 4.5배 느려졌고, 동영상‧사진 콘텐츠 이용에 불편함을 겪었다.

페이스북은 고의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했다.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 망 사용료를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일부러 이용제한 행위를 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재판부가 인정한 내용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페이스북)가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IP 트랜짓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 네트워크 평균 응답속도를 지체시켜 많은 이용자에게 피해를 야기한 이상,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명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용자 피해를 문제 삼아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페이스북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페이스북 손을 들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페이스북 승소 판결은 뒤집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고의적으로 이용제한 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사용자는 속도저하를 비롯해 동영상‧사진 등 일부 콘텐츠 이용에 불편함을 겪은 사실을 수용했다. 그러나, 메시지‧게시글 작성에는 문제 없었다는 이유로 ‘현저한’ 피해로 보지 않았다.

관련해 재판부는 “기존 접속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새로운 접속경로로 전부 변경한 것이 아니라, 일부 접속경로만 변경했을 뿐”이라며 “평균 응답속도가 어느 정도 저하됐으나, 동영상 등 일부 콘텐츠에만 불편을 느끼고 메시지 작성과 게시물 접속은 이전처럼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무임승차 논란, 넷플릭스 소송, 넷플릭스 법 등에 미칠 영향을 떠나, 페이스북이 이용자에게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조차 비껴갔다. 법원은 방통위의 페이스북 과징금 처분까지 취소했다. 페이스북은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게 됐다. 결국 이용제한 행위에 따른 피해는 이용자 몫으로만남았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결론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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