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이 지원하는 기초과학 육성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이 후원한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심장비대증 원인과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
삼성전자(대표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지성욱 교수 연구팀이 활성 산소로 변형된 유전자 정보를 해독해, 심장비대증을 발생시키는 원인과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고 6일 밝혔다.
지성욱 교수 연구팀이 단독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5일(영국 현지시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모든 생명체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유전 정보를 담은 고분자 물질인 DNA와 RNA를 갖고 있다. DNA는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RNA는 이 정보를 토대로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한다.
RNA는 4가지 염기(아데닌, 유라실, 구아닌, 사이토신)로 구성돼 있다. 생체 상황에 따라 염기에 다양한 변형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원인과 영향은 아직 연구 중이다.
특히 산소를 사용하는 우리 몸의 세포에 이상이 발생하면 활성 산소라는 것이 발생해 생체 물질들을 산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RNA 염기 중 하나인 구아닌은 8-옥소구아닌(o8G)이라는 물질로 변형된다.
연구팀은 활성 산소로 유발되는 질병 중 하나인 심장비대증에서 8-옥소구아닌으로 변형된 마이크로RNA가 많이 발견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염기 서열의 특정 위치가 8-옥소구아닌으로 변형된 마이크로RNA를 생쥐의 혈관에 주입하면 생쥐의 심근 세포가 비대해 지면서 심장비대증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변형된 마이크로RNA와 결합해 그 기능을 저해하는 물질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를 생쥐 혈관에 주입해 심장비대증이 억제되는 치료 효과도 규명했다. 심근경색환자의 심장 조직 염기 서열 분석 결과에서도 동일한 마이크로RNA의 산화 변형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향후 심장 질환 관련 신약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장 질환뿐만 아니라 퇴행성 질환, 암, 당뇨 등 활성 산소와 연관된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자 변형과 질환 발생 과정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보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18년 6월 삼성미래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사업이다. 지금까지 601개 과제에 7713억원을 집행했다. 국제학술지에 총 1245건의 논문이 게재되는 등 활발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