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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타격에도 화웨이 장비 걷겠다는 영국 “왜?”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영국이 20년 이상 손을 잡아 온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다. 영국 통신사들이 ‘블랙아웃’을 우려했지만, 영국정부는 화웨이 장비를 걷어내기로 최종 결정했다. 화웨이는 진보 대신 퇴보를 선택한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영국정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 주재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화웨이 5G 장비 구입을 중단하고, 이미 구축된 화웨이 장비를 2027년까지 전면 걷어낸다고 밝혔다. 유선 광대역 인터넷망에서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2년 내 중단하도록 했다.

화웨이는 “실망스러운 이번 결정은 영국의 모든 모바일 사용자에게 나쁜 소식”이라며 “영국의 디지털화 속도 지연, 통신비 증가, 디지털 격차 심화 등의 위협을 가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 정부는 진보 대신 퇴보를 선택했고 화웨이는 이번 결정의 재고를 촉구한다”며 “화웨이는 미국의 새로운 규제가 현재 영국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 보안이나 공급 안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전히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국은 당장 10조원 이상 경제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영국 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영국 5G사업에서 금지될 경우 45억~68억파운드에 이르는 경제적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정부가 이번 결정을 실행하게 되면, 영국 통신사는 비용부담에 직면하고 5G 출시 지연으로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수십년간 영국 통신사는 화웨이 장비를 채택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전면적인 장비 교체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5G뿐 아니라 현재 영국인들이 사용하는 전체 통신서비스에 영향을 준다.

브리티시텔리콤(BT), 보다폰 등 영국 통신사들은 지난 8일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비용부담과 통신불통 사태 등을 언급하며 화웨이 배제를 반대한 까닭이다. 전체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BT는 3분의 2, 보다폰은 3분의 1 수준이다.

당시 안드레아 도나 영국 보다폰 네트워크 총괄은 “다른 장비회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데 수십억파운드를 쏘아야 하고, 며칠간 고객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워드 왓슨 B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3년 내 (화웨이 장비를 완전 배제하는) 제로(0)를 달성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말 그대로 5G 전국망뿐 아니라 4G와 2G 고객에게 블랙아웃을 불러올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적 효용을 뒤로 하고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걷어내기로 한 이유는 결국 정치적 문제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주축으로 미국정부는 강력한 화웨이 제재를 진행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나선 가운데, 중국 IT 굴기로 대표되는 화웨이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아이즈’를 비롯해 주요 동맹국에게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홍콩을 사이에 둔 영국과 중국 간 갈등도 한몫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자, 영국을 비롯해 27개국은 한목소리로 이를 비판했다. 특히, 영국은 홍콩주민에 대한 비자발급을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와 동시에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특별지위를 종식하고, 홍콩 국가보안법에 관여한 중국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당초 영국은 화웨이를 5G 구축에서 제외하지 않을 방침이었으나,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도 화웨이가 정치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화웨이 장비 구입 중단 결정과 관련해 “많은 나라에 화웨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득해 왔다”고 언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환영 성명을 내고, 영국 결정을 지지했다. 동시에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은 SK텔레콤‧KT를 비롯해 전세계 주요 통신사 등을 언급하면서 반화웨이 정책에 동참하기를 요청했다.

화웨이는 “유감스럽게도 영국에서 화웨이 미래는 정치화됐다. 미국 무역 정책에 관한 것이지, 보안 때문은 아니다“라며 ”지난 20년간 화웨이는 더 나은 연결성을 영국에 제공하는데 주력해 왔다. 화웨이는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서 늘 그래왔듯이 고객들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발표가 영국 비즈니스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 더욱 잘 연결된 영국을 만드는데 화웨이가 어떠한 기여를 계속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영국정부와 협력해 가겠다“고 말을 보탰다.

한편,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걷어낼 경우 새로운 장비업체와 손을 잡아야 한다. 에릭슨‧노키아뿐 아니라 일본 NEC와 한국 삼성전자도 영국 5G 장비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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