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전국에 퍼져 있는 SK텔레콤 통신기지국과 대리점이 지진관측소로 변신한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소형 지진감지 센서로 국내 곳곳 빠른 구축이 가능한 덕분이다. 올해 연말에는 파출소와 초등학교로 적용을 확대해 지진경보 사각지대를 더 촘촘히 메운다.
9일 SK텔레콤은 관련연구를 주도하는 기상청 및 경북대학교와 함께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들은 SK텔레콤의 소형 지진감지 센서 확대 구축을 비롯해 국가 지진대응 체계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2021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기상청과 학계가 줄곧 경고해온 사실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횟수는 88회에 달한다. 특히 5.0 이상의 지진 10건 중 5건이 2010년 이후에 발생, 점차 지진의 강도가 커지는 실정이다.
◆ SKT 개발 지진감지 센서, 고가 장비 대신 비용절감
지진에 신속히 대응하려면 지진관측소간 거리간격을 줄여 최대한 촘촘한 관측 커버리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지진발생 정보를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발송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상청의 지진관측 시스템이 대당 설치비용 2억원을 호가하는 등 구축이 까다로워 전국 338개 설치에 그쳤었다.
이에 SK텔레콤이 지진감시체계 간소화를 기상청에 제안했다. 지난 2018년 업무협약 체결 이후 처음에는 대당 100만원 안팎인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실증 연구를 실시했다가 최근에는 한뼘 크기의 220V 플러그 타입 장비를 만들어 국내 기지국·대리점 3000여곳에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가격은 대당 6만원꼴로 크게 줄었다.
모든 구축비용은 SK텔레콤이 부담한다. 이상진 SK텔레콤 5GX인프라 BM팀장<사진>은 “센서 제작비용만 대당 6만원이고 그 외 기지국과 대리점에 설치기사를 파견하는 비용, 사물인터넷(IoT)망을 통한 통신비용 등 여러 가지를 합산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통신 인프라로 새로운 사회적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날 내진·진동 등 안정성 검증을 수행하는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을 위해 지진 규모 6.0 이상 지진과 유사한 진동을 발생시켜 기지국으로부터 진동 데이터를 수집·분석 등의 과정을 선보였다.
◆ 성능 낮지만 전국 촘촘한 구축 가능…연내 8000곳 확대
지진관측 시스템은 지진 발생 시 미세하지만 가장 먼저 전파되는 ‘P파’, 이후 속도는 느리지만 더 큰 강도로 피해를 유발하는 ‘S파’를 파악한다. 신속한 대응을 하려면 S파가 오기 전 P파 단계부터 감지해야 한다. 현재 기상청은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약 7초에서 25초 사이의 감지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SK텔레콤과의 협력으로 지진관측 자료가 보강된다면 보다 정확한 진도정보를 확보하고 지진경보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의 연구사례를 보면 소형 가속도 센서를 통해서 2.3초 내 지진 감지가 가능했다. 규모 4.0 이상의 지진도 불과 5~7초 사이로 감지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소형장비는 기상청의 전문 관측시스템과 비교해 성능이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지만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연구관은 “기상청 장비와 비교해 SK텔레콤 장비는 약 50배 정도, 실제 환경적 요인을 감안하면 수백배까지도 성능이 낮다고 보면 된다”며 “지진 감지 측면에서도 초반 미세한 P파 감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능은 좀 떨어지지만 보완적 역할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조밀하게 장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면 일정 규모 진도 정보는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기상청은 SKT 기지국을 통한 진동 데이터를 기상청의 지진관측자료와 비교해 성능을 검증하고 지진정보 서비스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지국, 대리점 외에도 파출소, 초등학교 등 연말까지 8000여 곳에 지진감지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국가·산업 주요시설, 학교 등 공공 안전을 지키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어 이를 필요로 하는 전국 주요 시설에 확산 적용하는 것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