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유료방송시장은 전통 미디어와 신흥 미디어 간의 ‘세대전쟁’으로 요약된다. 케이블TV 등 기존 미디어는 침체일로를 걸었던 반면, 통신사 주도 IPTV와 새로 등장한 OTT는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하는 한편 디즈니 등 해외 OTT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지각변동을 맞은 유료방송시장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2008년 11월. KT가 국내 첫 인터넷TV(IPTV) 시장을 열었다. 이듬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합류했다. 통신 3사가 주도하는 IPTV 시장의 등장이다. 불안한 출발이었다. 방송도 통신도 아닌 서비스는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지상파와 케이블TV가 치열하게 주도권을 다투던 때였다. 당시 IPTV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제는 IPTV 3사가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주도한다. 가입자 수와 광고 매출 면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지상파에 맞서던 케이블TV는 또 다른 레거시(전통) 미디어가 됐다. IPTV로의 인수합병(M&A)이라는 세대교체를 겸허히 받아들이거나 혹은 지역성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13일과 30일 각각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을 조건부 승인·인가했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이하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합산규제로 발목 잡혔던 KT 역시 올해 본격적으로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시장 점유율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IPTV 3사는 전체 시장의 48.5%를 점유하고 있다. 이 중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CJ헬로 인수와 티브로드 합병을 완료하면 70.1%까지 치솟는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더하면 전체의 약 80%를 통신사 IPTV가 주도하는 형국이 된다.
가입자 격차는 올해 더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IPTV는 케이블TV를 약 268만명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는 2018년 12월 당시(185만2412명)보다 44.7% 확대된 수치다. 가입자 수 1~3위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순으로 IPTV 3사가 나란히 차지했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가입자 수 및 점유율을 조사한 이래 처음이다.
실적 면에서도 IPTV의 성장이 가장 가파르다. 2018년 기준 IPTV의 방송사업매출액은 3조4358억원 규모로 SO(2조898억)를 앞지른다. 영업이익 또한 IPTV가 케이블의 6배를 거둬들였다. 광고 매출도 연이어 늘어나 같은 기간 IPTV는 전년 대비 16.9% 증가한 1161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반면 케이블TV는 1.2% 오르는 데 그쳤다.
케이블TV도 그러나 마냥 전의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유료방송 인수합병으로 인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는 한편 방송 공공성과 지역성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신사들의 유료방송 독점 폐해를 막고 지역민의 소식을 전하는 매개체로서 케이블TV의 존속 방안을 정부와 업계 모두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수합병과 무관하게 케이블TV의 경쟁력 강화는 여전한 과제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고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합병하더라도 케이블TV 가입자들이 IPTV로 곧바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최소 수년간은 케이블TV와 IPTV의 방송 서비스가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 간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