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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엔씨가 꿈꾸던 연대기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엔씨)가 지난 27일 출시한 대형 야심작 ‘리니지2M’의 홈페이지나 광고배너를 보면 ‘꿈꾸던 연대기의 시작’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엔씨가 그토록 꿈꾸던 연대기가 시작된 듯하다.

리니지2M은 지난 1일 오전, 출시 나흘 만에 두 해가 넘도록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를 꿰찼다. 형 리니지M을 넘어선 것이다. 이제 리니지 형제가 매출 1,2위에서 장기 흥행에 성공할지가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쟁사 입장에선 악몽이 시작됐다. 리니지M 시절엔 구글플레이 매출 2위가 사실상 1위로 평가됐으나 리니지2M이 나온 지금, 매출 3위를 현실적인 최고 목표로 잡아야 할 수 있어서다. 리니지 형제 간 잠식이 크지 않고 모바일게임 시장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면 여타 회사들이 가져갈 매출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용자 입장에선 어떨까. 리니지2M 기사 댓글이나 커뮤니티 분위기로 봐선 이용자들이 꿈꾸던 연대기의 시작은 아닌 듯하다.

국내 게임 역사상 최대 규모인 738만명이 사전예약을 걸어놓을 만큼 시장 기대치가 최고조로 달아오른 가운데 엔씨는 ‘클래스(직업) 유료 뽑기’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게임 초반에 예상치 못한 직업 뽑기를 맞닥뜨린 수많은 이용자들이 맥 빠지는 경험을 했으리라 본다.

물론 개발사가 수년간 게임을 만든 노고와 퍼블리셔의 고객응대를 생각하면 이용자들도 부분유료화(무료 출시 후 아이템 유료 판매) 게임을 즐길 땐 어느 정도 과금 유도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기자 생각이다.

그러나 ‘리니지는 돈 쓰면서 하는 게임이야’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위안을 찾던 유명 인터넷방송인(BJ)과 인플루언서들마저 직업 뽑기를 포함해 리니지2M 과금 시스템 전반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 상황은 결국 엔씨만 꿈꾸는 연대기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리니지2M 출시 이후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게임시장에 대한 이용자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대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콘텐츠 혁신을 추진하는 국내 여타 게임사들의 노력이 폄훼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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