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넷플릭스의 한해 콘텐츠 투자 규모를 알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연간 매출액에 버금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작년 158억달러 매출을 냈고, 올해 150억달러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번 돈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쓴다. 가능한 일일까?
넷플릭스라는 이름이 대중에 각인된 것은 첫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오브카드’의 흥행 이후다. 이때부터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을 확인한 넷플릭스는 매년 경쟁사들 대비 큰 폭으로 콘텐츠 투자를 늘려왔다.
오리지널콘텐츠의 인기는 곧 가입자 수와 비례했다. 물론 성과가 좋지 않으면 가입률이 주춤하기도 했다. 어쨌든 넷플릭스는 한 우물을 팠다. 2013년만 해도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액은 아마존프라임이나 훌루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5년이 지난 지난해 격차는 2~3배로 벌어졌다.
이제 넷플릭스 가입자는 전 세계 1억50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내년에도 더 많은 투자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보유한 신흥 강자 디즈니플러스의 등장 때문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오리지널콘텐츠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이 같은 흐름 속 KT가 신규 OTT 서비스 ‘시즌’을 지난달 28일 출시했다. 웨이브에 이은 국내 두번째 OTT인 만큼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시즌은 이용자 차별 없는 4K 화질 및 초고음질 서비스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반 큐레이션 기능을 무기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게 빠졌다. 오리지널콘텐츠가 없었다. 향후 콘텐츠 투자 규모나 구체적인 전략도 내놓지 않았다. 국내 지상파 및 CJ ENM과의 제작 협업을 암시하긴 했지만, 그것이 시즌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가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대신 KT는 오픈 플랫폼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확보한 800만 가입자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외 콘텐츠사업자(CP)들의 모든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담겠다는 구상이다. 어느 정도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실제 CP들과 협상도 수월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기존 ‘올레tv모바일’이 그러했듯 IPTV 가입자가 곧 OTT 가입자로 이어지진 않는다. 더욱이 경쟁 플랫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콘텐츠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면 큰일이다. 혹자는 그래서 ‘콘텐츠 냉전 시대’를 전망하기도 한다. 독자 콘텐츠 제작 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넷플릭스가 매년 10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 시장이다. 전쟁터에 빈손으로 왔다가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무작정 넷플릭스만큼 투자하란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번 돈 대부분을 다시 투자할 정도로 콘텐츠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OTT는 첫째도 콘텐츠, 둘째도 콘텐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