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권의 클라우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일럿 개념의 검증 작업을 마친 금융사들이 이제 본격적인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고 있다.
전자금융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금융사의 중요정보까지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이 가능해졌다. 표면적인 장벽이 제거되면서 금융사들도 클라우드 전환을 보다 심도 깊게 논의하는 분위기다.
우선 하나금융이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 IT인프라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키로 했으며 KB국민은행도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사업에 나섰다. IBK기업은행도 최근 노후 x86통합서버를 클라우드로 전환키로 했다.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도입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0년부터 우리은행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들은 클라우드(Cloud)방식을 통해 그룹내 IT자원(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공유함으로써 IT운영 비용을 줄이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이렇듯 표면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금융권 자율적(?)인 클라우드 구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을 위해선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의 안정성을 평가해야 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현재 금융보안원에서 안정성 평가를 지원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판단이 어려울때는 금융당국에 유권해석, 혹은 비조치의견서 등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당국의 ‘확인’(?)을 받는 과정에 금융사들의 속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차세대시스템을 구축 중인 한 대형 보험사는 IT인프라를 클라우드에 올리기 위해 금융당국에 질의를 넣어둔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 보험사는 올해 말까지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회신이 없으면 구축형 시스템으로 다시 아키텍처를 짤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관계자는 “올해 말에는 결론이 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스템의 아키텍처 자체가 달라진다. 빨리 결론을 내주는 것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도입의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는 ‘망분리’에 대해서도 금융사들의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회사는 ‘물리적 망분리’의 엄격한 적용을 받기 때문에 동일 그룹 계열사라고 하더라도도 IT 자원의 공유는 불가능하다.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비조치의견서’를 받아 향후 ‘논리적 망분리’를 통해 그룹 IT 자원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사실상 망분리 여부가 클라우드 전환에 '키'가 되는 셈인데 돌다리도 두들기고 보는 금융권의 특성상 클라우드 전환 시 시스템이 망분리 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금융당국에 질의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사들의 질의가 많아질수록 금융당국의 답변에도 시간이 걸린다.
올해 사업계획을 통해 내년도 클라우드 도입 여부를 타진해야 하는 금융사로선 금융당국의 빠른 회신을 기다리지만 금융당국으로선 업무가 몰리다보니 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제도개선 및 규제완화로 금융권의 클라우드 활용을 위한 제한은 풀렸다. 하지만 아직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개선점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확인(?)을 받고 싶어하는 금융사들의 요구에 금융당국이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