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변수를 맞았다. 과거 CJ헬로가 KT와 맺었던 알뜰폰 계약서(전기통신서비스 도매제공에 관한 협정서) 때문이다.
문제가 된 건 협정서 중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사전동의를 받는다’는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CJ헬로는 KT에 인수 작업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란 주장이다. 반면 KT는 기업 이익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맞섰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협정서 개정을 요구한 CJ헬로의 재정 신청에 따라 6일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오는 13일 전체회의로 결정을 미뤘다. 방통위 중재에 앞서 두 사업자가 원만히 합의를 끌어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의견 진술을 위해 참석한 CJ헬로 측은 현재 협정서 내용 중 ‘영업 양도·피인수·피합병 등의 경우 사유 발생일 또는 예정일의 3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서면 통지하고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에서 ‘사전 서면동의’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J헬로 측은 “해당 협정서는 망 도매제공 관련한 것인데 (M&A에 대해)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경영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함께 출석한 KT 측은 “사전동의는 여러 라이센스 계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핵심은 KT가 사전동의 조항을 가지고 CJ헬로의 인수 작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느냐 여부다. CJ헬로는 당사가 KT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은 채 LG유플러스와의 인수 절차에 들어가면 협정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것이고, 결국 인수합병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KT는 그러나 사전동의 조항이 인수합병에 대한 ‘거부권’이 아닌, 자사 이익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사전 협의’의 성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KT 측 법정대리인은 “손해배상을 할 순 있겠지만 사전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M&A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KT가 걱정하는 것은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서 기존 KT망을 쓰던 가입자를 빼앗길 가능성이다. KT는 “인수합병 시 KT 고객이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면서 “가입자 이익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 간 협의안을 만들기 위해 사전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J헬로는 그러나 “가입자 보호나 영업비밀 누설은 충분히 협정서 내 다른 조항에도 명시돼 있고, 그 조항으로 이의제기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저희도 수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사전동의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양사의 갈등에 대해 방송통신위원들은 당사자 조정을 주문했다. 허욱 방통위원은 “KT의 우려가 타당하다”면서도 “KT도 다른 케이블SO사업자와 인수합병을 하게 되면 마찬가지 상황에 놓일 수 있으니 적절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고삼석 방통위원은 “방통위가 입장을 내기 전에 당사자들끼리 최대한 원만하게 협의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당사자 간 협의를 더 진행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해당 안건의 의결을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