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권하영기자]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엔씨(VCNC, 대표 박재욱)는 지난 10월7일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법하다. 7일 회사가 개최한 1주년 간담회에서 ‘운영 차량 1만대 확대’를 발표하면서 현재 타다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는 잘 알려졌다시피 국토교통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택시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사회적 갈등이 확산됐다. 급기야 검찰이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일도 있었다. 면허를 받지 않고 불법 유상여객운송을 했다는 혐의다.
돌이켜보면 타다 1만대 증차 발표가 뇌관을 건드렸지만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지금 상황을 감안하면 ‘언제든 터질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의 두 대표 기소 이후 타다의 불법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신(新)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지속 제기된다.
◆타다, ‘불운의 혁신 서비스’되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무소속)은 “타다는 혁신의 아이콘도 아니고 4차 산업혁명의 선구자는 더더욱 아니다”면서 “그저 법을 어겨가며 유상운송체계를 파괴한 범죄자이자 중개수수료를 갈취해 가는 약탈자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김 의원은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타다의 영업 행태가 ‘11인~15인승 승합자동차를 임차할 때에는 단체관광이 목적인 경우에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시행령의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본 까닭이다. 김 의원은 타다를 “단순 렌터카 영업”으로 정의하고 사업장을 폐쇄하라고도 했다.
반론도 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은 “타다는 공유경제에 기반한 혁신”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검찰 기소 이후엔 “검찰이 너무 앞서나가지 않았나. 전통적 생각에 머물러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용자 편의 관점에서 보면 타다는 혁신 서비스다.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택시와 경쟁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것은 ‘소비자가 선택한 서비스’라는 얘기다. 대다수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가 이용자 편의를 개선한데서 출발했다는 점을 보면 타다도 기존 혁신 서비스들과 다를 바가 없다.
일단 승차 거부가 없고 기존 택시 대비 안락함이나 요금시비 발생 여부 등에서 여러모로 낫다는 것이 대체적인 이용자 반응이다. 인터넷 댓글이나 실제 체험자들의 얘기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민심인 이른바 넷심도 택시 대비 타다에 훨씬 우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 역할 잃은 ‘규제샌드박스’, 혁신 실종될라
타다 논란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특히 타다와 같이 기존 업계와 스타트업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산업에서 정부의 중재 역할이 사실상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규제샌드박스는 정보통신·산업융합 분야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혁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법령이나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1월17일부터 지난달까지 총 102건 과제를 접수했고 그 중 78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통과 업종이 제한적인데다 아직 규제에 묶인 것들이 산적해 있다. 9개월째 계류 중인 암호자산 관련 서비스 이상으로 시급한 사안이 이용자들의 실생활과 연관된 모빌리티 서비스다.
물론 규제샌드박스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규제를 임시 유예해주는 제도인 까닭이다. 2년을 유예하고 한번 더 연장을 하더라도 4년 내 갈등이 조정돼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다. 규제샌드박스 속에서 기껏 서비스를 키워놨는데, 기존 규제가 그대로라면 서비스를 접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교수는 “기존 경쟁자가 반발한다고 정부가 타협을 종용하는 것은 혁신을 수용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선택하고 시장이 경쟁하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유경제, 유통·물류, 원격진료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역에서 우리 사회가 새로운 혁신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들 잇단 아쉬운 목소리…뒷북 비판도
이낙연 총리는 31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은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검찰 기소를 비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산업 육성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글에선 “상생해법이 충분히 강구되고 작동되기 전에 이 문제를 사법적 영역으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당초 타다 1만대 증차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도 “사법적으로 접근한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택시 업계의 격렬한 저항 속 검찰이 경영진을 기소하는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정부와 국회,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엇박자를 내면서 불씨를 키운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 기소 이후 고위 공직자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잇따른 것을 두고 뒷북을 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규제 자체보다 해결 과정 중요… 숨통 터 달라”
국내 1000여개 스타트업을 회원사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타다 기소 이후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선 규제 자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규제 문제는 생겨나기 마련으로 규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서 정부와 국회, 검찰에도 실망감을 내비쳤다.
포럼 측은 “지난 몇 년간 스타트업이 경험한 현실은 규제를 해결하는 ‘합리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어떻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혁신을 추동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규제 해소의 합리성과 신산업에 대한 ‘우선 허용, 사후 규제’라는 네거티브 원칙이 이제라도 빠르게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포럼 측은 “엄청난 혁신이 가속화되고 위기감은 고조되는데, 국내 스타트업은 여전히 기득권에 둘러싸여 정부, 국회, 검찰이 압박 속에 죽어가고 있다. 제발 숨통을 터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입장문을 마무리 지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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