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다음달 2일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는 가운데, 국회가 또다시 마구잡이로 기업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야 간사는 증인‧참고인 채택을 확정하기 위한 협의에 돌입했다. 이번에 과방위 여야가 신청한 증인‧참고인 수는 총 106명에 달한다. 최종 증인‧참고인 명단은 이날 간사 합의를 통해 정해지며, 오는 25일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해 확정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인 만큼, 의원들이 정치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기업인을 희생양으로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행정 감사를 해야 할 자리에서 기업인을 호통 치며 주요 현안은 제대로 다루지 않는 모습이 또다시 재연될까 우려되고 있다.
우선 과방위는 통신3사 대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황창규 KT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에게 5G 기지국 구축현황과 불법보조금 지급, 인수합병(M&A)에 대해 묻겠다는 것이다. M&A에 관련해 변동식 CJ헬로 대표,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도 증인으로 부른다. 허민회 CJ ENM 대표에게는 CJ 방송 수직계열화 문제를 묻는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통신3사 실무 임원인 강종렬 SK텔레콤 부사장, 오성목 KT 사장, 최택진 LG유플러스 부사장 이름도 명단에 올랐다. 망 사용료 실태, 5G 망 투자, 불법보조금,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 망 이용대가 차별 등에 대해 질문하기로 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규제를 묻기 위해 목록에 포함시켰다. 레지날드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는 망 이용대가 및 OTT 규제 관련 등으로 증인으로 채택했다.
구글코리아 낸시메이블 워커 대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신청명단에 넣었다. 망사용료 실태, 글로벌 CP 역차별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코리아에게는 방송통신위원회 과징금과 행정소송에 대한 질문도 이어질 전망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망 사용료 실태 관련 질의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참고인 신청했다. 문건 한국오라클 대표는 다국적 IT 기업의 국내 영업 형태 및 구글세 도입을 묻기 위해 증인 채택했다.
이해진 네이버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실검‧댓글 문제로, 피터 로날드 덴우드 애플코리아대표는 소비자 보호문제로 자유한국당에서 증인 신청했다. 브랜든 윤 애플코리아 대표는 AS대리점 갑질을 이유로 불렀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중개플랫폼사 수수료 착취 관련으로 증인 신청목록에 들어갔다. 정보보호‧보안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에서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과 멍 샤오윈(숀 멍) 한국화웨이 지사장, 이희성 한국레노버 대표 참석을 요구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는 한빛 3‧4호기 공극 등 부실시공 관련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 한울 1,3호기 공극 관련 류병우 동아건설 대표‧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버스 와이파이사업과 관련해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서재성 피앤피플러스 대표이사, 조윤성 피앤피플러스사업부문 총괄, 박윤영 KT기업사업부문장, 박중훈 대구조달청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KBS, MBC 관계자들도 대거 불렀다. KBS 양승동 사장, 손석희 JTBC 대표, 정찬형 YTN 사장, 이강택 서울교통방송 대표를 비롯해 방송인 김제동, 주진우, 김어준도 있다. 조국 장관 딸 논문 시시비비를 가린다며 교수들도 포함시켰다.
이 외에도 ▲서민석 조블페이 대표 ▲방효창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정보통신위원장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조민 부산대학교의전원 ▲문준용 에프엑스팩토리 대표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이교영 대한병리학회장 ▲장영표‧김명주 단국대 의대교수 ▲이병권 KIST 원장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김효중 그린웹서비스 대표 ▲전종희 코인제스트 대표 ▲장세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등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감사의 본래 기능인 행정부에 대한 감사는 없고 관련 기업들에 대한 무분별한 출석만 요구하고 있다”며 “시대가 변화한 만큼 국정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국정감사 본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