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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묻힌 최기영 청문회, ICT 현안은 뒷전(종합)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최민지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2일, 첫 여성 공정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함께 열렸다.

특히,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정된 반도체 전문가다. 소재‧부품을 비롯해 과학‧기술 연구개발(R&D), 5G를 비롯한 방송‧통신산업 등 정책현안은 산적했지만, 최 후보자 또한 조국 후보자에 묻혔다. 마치 조 후보자 청문회를 대리하듯, 조 후보 딸의 논문과 관련한 질의들이 최 후보자에게 쏟아졌다. 정치편향성과 기초연금‧배우자 기술유출 등 가족 문제도 일부 다뤄졌다.

정책질의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소재‧부품과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등에 집중됐다. 최기영 후보자는 소재‧부품 국산화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등 경쟁력을 자신했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에 대해서는 질의와 답변 모두 부족해,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었다. 5G와 상호접속고시 등과 관련해 간간히 질문이 나왔지만 최 후보자의 명쾌한 대답은 쉽게 들을 수 없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산적한 ICT 현안, 믿고 맡길 수 있을까…=ICT 현안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방송통신 거버넌스 문제와 페이스북 행정소송 관련 정부대책 등이 질문에 오르기는 했으나, 인사 검증을 위한 정책으로 제대로 다뤄지지는 못 했다. 최 후보자 또한 “(5G, ICT) 정책 부분은 잘 안다고 말 못 하겠다. 청문회 준비하면서 공부했다”고 언급하며 미흡함을 내비쳤다.

최 후보자는 방통위와의 업무분장에 대해 소모적 논쟁이라는 입장을 전하며, 사실상 조직개편에 선을 긋고 현 체제를 유지하는데 무게를 뒀다. 최 후보자는 “장관이 된다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년이 채 안 된다. 주어진 조직을 개편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며 “조직개편과 관련해 소모적 논쟁 없이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은 과기정통부 입장만 들었을 것”이라며 “위원들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최근 방통위가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패소하면서, 조명되고 있는 상호접속고시와 관련한 의견도 내놓았다. 최 후보자는 “상호접속고시는 쉽지 않은 문제.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외국 CP들이 너무 시장지배적”이라며 “역차별 문제도 있기 때문에 균형감을 잘 살려서 적절한 선에서 해소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상호접속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최 후보자는 5G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박성중 의원이 “이 방에서 5G 터지겠느냐”라고 묻자 “거기까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해, 박 의원은 “통신, 5G 분야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아직까지 5G는 건물 내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3사는 인빌딩 솔루션을 개발하고 설치에 주력하고 있다.

박 의원은 “5G 간단히 생각하는데, 제대로 하려면 엄청난 돈이 투입돼야 한다.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느냐”라고 질의했다. 최 후보자는 “5G는 LTE와 연동해서 쓸 수 있다. 세금지원을 해줄 수 있다 생각하고 기업에서 깔아야 한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5G 세액공제 대책이 반쪽짜리라고 지적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최 후보자는 “세제 혜택으로 기지국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효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고 내년에도 좋은 세액공제와 혜택을 마련하겠다고 미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송희경(자유한국당) 의원은 “적어도 5% 이상 세액공제를 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재라며 통신요금을 무조건 깎으라고 하고 기업에 원가를 공개하라고 한다. 과기정통부에서 통신사에게 책임전가한 것”이라며 “28GHz는 시작도 못한 것 알고 있느냐. 이것도 모르는데, 5G 기술개발 논할 때 행동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본인이 할 수 없으면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5G 기지국은 계획보다 훨씬 빠르게 구축되고 있는 걸로 안다. 갈 길 멀지만 계획 이상의 성과 얻고 있단 말씀 드린다”고 원칙적인 답에 그쳤다.

부족한 ICT 질의 속에서 박선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알뜰폰산업에 대한 의견을 구했으나 최 후보자는 (알뜰폰을)살려야 한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요금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는데, 최 후보자는 요금인가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이용자 편익을 살펴 판단하겠다고 했다.

◆최기영 “수출규제 위기 타개, 답은 메모리반도체와 5G에 있다”=반면, 최 후보자는 소재‧부품 등과 관련한 질의에서는 소신을 드러냈다. 최 후보자는 소재·부품 수출 규제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으로 메모리반도체와 5G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기술과 5G 네트워크를 인공지능(AI) 강국 도약을 위한 기반 산업으로 꼽기도 했다.

최 후보자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 올 텐데, 한국이 이를 잘 이용하려면 나름의 강점을 활용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며 “미국·중국과 비교해 AI·빅데이터 경쟁력이 뒤처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다른 강점을 이용해야 한다. 메모리반도체와 5G가 바로 그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AI는 메모리가 매우 중요하고 한국은 그 점에서 좋은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과의 협력을 잘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새로운 분야로 전환될 때 집중 투자를 한다면 우리가 충분히 앞서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최 후보자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은 일본과 비교해 2~3년, 최대 5년 정도 뒤처져 있지만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영역은 조금만 투자하면 상용화해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와 관련해 소재·부품 자립화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등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최 후보자는 “전 품목을 다 국산화할 수는 없으나 소재·부품은 분야에 따라 충분히 국산화가 가능하다”면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푼다고 해도 우리는 꾸준히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국제적 상도의에 어긋난 것”이라고 제언했다.

◆여기는 어디? 조국 청문회인가 최기영 청문회인가=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 논란과 관련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조씨는 2007년 7~8월 2주간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생활 후 2009년 3월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2010년 3월 고려대 생명과학대에 입학한 바 있다.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 후보자 딸이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문제는 굉장히 뜨거운 이슈로,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후보자는 국가 R&D를 책임지는 수장으로 어떻게 사안을 보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박대출 의원도 조 후보 자녀와 같은 상황을 최 후보자도 경험해 본 바 있는지, 상식적인 사안인 지에 대한 대답을 요구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도 조 후보 자녀문제를 언급하며, 연구규정과 맞지 않은 부정행위가 아니냐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조 후보자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대상만 바꿔 최 후보자에게 묻고 있는 형국이다.

최 후보자는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구윤리는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며 “일반적은 일은 아니나, 내용을 봐야 안다. 다른 후보자에 대한 것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최기영 후보‧배우자 “좌파냐?” 정치편향성 공격=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의 정치편향성도 겨냥했다. 최 후보자 배우자가 진보 성향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을 후원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국선언과 탈원전 발언 등도 문제 삼았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과기정통부 자리는 광범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막중한 위치”라며 “후보자는 편향성을 가지고 의사결정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국민의 보편적 시각에서 매운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용기 의원도 최 후보자를 향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과학기술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는가”라며 우려했다.

이 와중에 박성중 의원은 최 후보 배우자가 좌편향된 시민단체 등에 주로 기부금을 납부했다며 “아내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엄청난 R&D 예산의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온다는 자체가 잘못됐다”라는 실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아내가 후원금을 어디에 내느냐까지 배우자가 간섭하는 것은 좋은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100억원대 자산가인 상황에서 모친이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최 후보자는 사과하고 가족과 상의해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받아온 기초연금액은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2001년 누리캐스터 대표로 재직한 배우자가 당시 검찰에 의해 영업비밀 유출로 기소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LG전자와 오해가 해소돼 원만하게 합의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후보자의 자녀가 1억원에 가까운 예금을 보유한 점에 대해서는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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