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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WTO 여론전 ‘절반의 성공’…日, 대화 거부·백색국가 제외 ‘고수’

- WTO, 日 주장 모순 ‘긍정적’ 호응 발언 미진 ‘부정적’…美 ICT 6개 단체, 수출규제 철회 촉구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여론전이 ‘절반의 성공’으로 그쳤다. 일본의 수출규제 근거의 모순과 대화 거부를 부각했다. 동조 발언이 없었던 것은 아쉬웠다. 일본은 그대로다.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명단) 제외 수순을 밟는다. 글로벌 공급망 혼란 우려가 커졌다.

24일(현지시각) WT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반이사회 2일차 일정을 진행했다. 한국이 제의한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의제를 다뤘다.

우리 수석대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 조치 철폐를 강력히 요구했다. 정부는 WTO에 일본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간 갈등에서 기인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 자유무역체제의 가장 큰 수혜국가이자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자유·공정무역을 강조했던 일본이 불과 한 달 만에 이와 정반대인 조치를 한국만을 특정해 취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특히 한국 핵심 산업인 반도체산업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으나 국제적 분업구조상 이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산업생산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을 걱정했다.

또 일본이 우리의 협의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던 점을 지적했다. 양국 관계부처의 고위급이 이사회 참석차 제네바에 온 이상 현지에서 양국 대표단 간 별도의 1대1 협의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제3국 입장 표명은 없었다. 이사회 의장인 태국 WTO 대사는 양국이 우호적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WTO 제소 등 후속 대응조치를 서두를 방침이다.

일본은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사안과 무관하고 안보 이유로 행하는 수출관리 차원의 행위이므로 WTO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1대 1 협의 제안은 응답을 피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의견수렴은 이날로 마감했다. 1만여건을 접수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철회 의견을 전달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찬성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대로 밀고 갈 뜻을 내비친 셈이다.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는 일본 정부 대응 지지 응답이 71%에 달했다.

미국 정부는 적극적 중재에 소극적 태도를 유지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한미일 3국 공조 강화’를 언급했다. 원론적 언급이다. 대신 미국 컴퓨터기술산업협회(CompTIA) 소비자기술협회(CTA) 정보기술산업위원회(ITI) 전미제조업자협회(NAM)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 반도체산업협회(SIA) 6개 단체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일본의 특정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제한 발표, 규제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라며 “모든 국가는 수출 통제 정책 변경을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장기전을 대비했다. 일본이 한국 견제 의도를 드러낸 만큼 일방적 양보는 없다는 기조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오찬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는 당당하게 대응하고 특히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되리라본다"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 ‘극일’과 ‘자강’을 강조해 왔다.

기업은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쉽지는 않다. 다만 수입선 다변화로 일본산 소재 등을 100% 대체하기는 어렵다. 국산 대체도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이 정말로 수출을 중단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다. 일본은 지난 4일 시행한 반도체 소재 3개 수출 허가 강화 시행 후 지금까지 1건도 승인하지 않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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