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사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기업결합 및 인허가 심사를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KT도 딜라이브 인수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통신사 중심으로 유료방송시장이 재편되면서, 지역성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TV가 갖고 있는 지역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규제법과 경쟁법 관점에서 본 유료방송 M&A 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통해 “지역채널 운용 취약성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은 지역성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는 계기일 수 있다”며 “더욱 취약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지역성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자의 적극적인 계획을 받고,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역성 보장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광섭 SBS 미디어사업팀장은 통신사가 공정한 지역채널을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적하면서, 명확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사업자가 콘텐츠제공사업자(PP), 외주제작, 연예기획사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데 인수 또는 합병 때 통신사로 속하게 된다. 이 경우, 수직계열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팀장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쳐지면, 800만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적으로 티브로드 자회사 등의 PP 채널을 갖게 된다. IPTV 사업자가 직접 채널을 운영하게 되면, 수직계열화 우려가 크다”며 “영화시장으로 비유하면, 제작부터 배급, 상영관까지 독점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성을 위해 합병 후 어떻게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며 “케이블TV는 방송토론회를 통해 국회의원 후보 검증까지 하는데, 대기업이 공정한 지역채널을 방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물론, 지역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M&A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현재 케이블TV 자생력이 약해지고 있고,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사업자 스스로 M&A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유료방송시장은 포화상태로 성장 정체 상태고, 시청자들이 모바일과 PC로 옮겨가고 있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입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케이블TV 입장에서도 힘든 상황이다. 플랫폼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사업자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케이블TV가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경우, 해고와 이용자 피해 등 사회적 비용을 누가 감당할 지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지역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만큼 정부는 기업결합 심사 때 이와 관련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김정렬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케이블TV 지속 가능성, 지역성 구현, 고용 유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통신사 또한 지역성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실장은 지난 9일 티브로드 기업결합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통신사 측에서 케이블TV를 인수하다 보니 지역성 공공성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최대한 노력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