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자유한국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4당과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종합편성채널 의무편성 제외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자유한국당 과방위원, 정책위, 여의도연구원 등은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서 ‘문재인 정권, 종편을 의무편성 채널에서 제외시키려는 이유?’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초 황교안 한국당 대표최고위원과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원장 등이 축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의원총회 일정 등 때문에 나경원 원내대표만 잠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 여당 성토대회의 연장선이었다. 토론에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표현,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대표는 “유료방송 의무편성을 왜 바꾸겠느냐”며 “정권 입맛대로 종편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발전해야하는데 문 정권 들어서 이 부분이 퇴행하고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대출, 강효상 의원 등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박 의원은 "종편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고 강효상 의원도 "입맛에 맞지 않는 채널을 겁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사를 주관한 김성태 과방위 한국당 간사는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뜨거운 비판과 달리 토론회장은 썰렁했다. 취재온 방송사는 TV조선, 채널A, MBN 3곳이었다.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종편 중 한 곳인 JTBC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에 민경욱, 송희경, 최연희, 윤상직 의원등의 명패가 마련됐지만 강효상, 박대출 의원만 얼굴을 내비쳤다. 토론회를 보러온 일반 국민들도 10여명에 불과했다.
당초 10시 부터 축사를 받고 15분부터 토론회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를 기다리는 시간,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한마디씩 하느라 토론회는 40분에서야 시작됐다. 축사를 마치고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 패널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언론자유 파이팅, 종편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어수선한 1부(?) 행사 이후 발제를 맡은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는 "방송산업 발전과 다양성, 공공성 등을 위해 종편의 의무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프랑스, EU, 미국 등에서도 유료방송 의무송출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교수는 "유지할거면 다 유지하고 폐지하려면 다 폐지하는게 맞다"며 "종편만 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 교수는 의무편성과 프로그램 사용료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어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시청자 입장에서 인지도와 시청률이 높은 종편이 의무편성에서 배제될 경우 시청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교수는 “의무편성 폐지시 종편만 제외하는 것은 편파적”이라며 “지상파, 보도, 공익, 종교, 장애인 등 모든 의무편성 채널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종편에 대한 특혜를 거둬들일 때가 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지영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제는 진정한 공공성, 다양성과 방송생태계 발전을 위해 종편에 대한 의무편성 폐지를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등장한 종편은 당시에도 4개는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니냐하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종편 산파 역할을 했던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수가 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종이신문 3강 중 어느 한 곳을 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미 경제채널을 갖고 있던 매일경제TV(현 MBN) 까지 총 4개의 종편이 등장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방송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사업자가 등장하게 되다보니 의무편성에 20번 이하 황금채널 부여 등의 특혜를 부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방송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종편 4곳이 모두 의무편성에 20번 이하 채널을 차지하면서 오히려 다양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사무총장은 "의무편성이라는 안전한 우산 아래 지난 7년간 매우 성장했고 채널 경쟁력도 강해 의무편성에서 제외하더라도 유료방송사가 편성에서 제외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와 SBS가 의무송출 대상은 아니지만 모든 유료방송사들이 두 방송사를 편성에서 빼지 않는 이유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어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 방송통신위원회 김동철 방송정책국 국장도 "다양성 때문에 종편을 의무송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면 KBS2, MBC, SBS도 모두 들어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다양성 때문에 의무송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국장은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발제자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은 공익성 성격의 채널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우리처럼 종편에 대해 의무송출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독일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한국당에서 반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도 소개했다. 종편, 플랫폼, 정부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현행제도 유지, 송출대상 축소, 폐지안을 놓고 논의한 결과 폐지가 다수안으로 채택됐다.
이어 이창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진흥정책국 국장은 "유료방송사가 마음대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사전사후 규제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재허가 승인에서 다양한 금지행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유료방송사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인정받기 어렵다"며 "설령 부당행위를 하더라도 충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