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의 향후 50년을 위해서다.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선택과 같은 반도체다. 이 회장은 메모리, 이 부회장은 시스템이라는 점이 차이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노린다.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고용한다. 생태계 성장을 지원한다.
24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시스템 반도체 1위 전략이다.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 분야 73조원 생산 인프라 60조원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 시스템 반도체 R&D 및 제조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CCD/CMOS) 등 정보를 다루는 반도체다. 인텔 엔비디아 퀄컴 소니 등이 강세다. 작년 한국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4% 남짓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위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 낸드플래시 등 정보를 기억하는 반도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4837억달러(약 556조원)다. 이 중 메모리는 1625억달러(약 187조원)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 눈을 돌린 것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정보를 기억하는 반도체(메모리)는 처리하는 반도체(시스템)에 종속한다. 기억을 아무리 많이해도 처리할 수 없으면 소용없다. 시스템 반도체 업체가 메모리 규격을 정한다. 최근 메모리 불황은 인텔이 작년 올 하반기 서버용 CPU 신제품을 내기로 한 점도 원인이다. CPU가 바뀌면 요구 메모리도 변한다. 데이터센터 업체는 올 하반기로 투자를 미뤘다. 인텔 로드맵에 메모리 시장이 출렁이는 셈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종류가 다양하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소품종 다량생산인 메모리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또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객이 확실해야 납품 기회가 생긴다. 고객을 확보치 못하면 투자비를 날릴 위험이 크다. 인텔은 이달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용 모뎀칩 사업을 접었다. 5G 모뎀칩 개발이 늦어져 고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관련 현재도 스마트폰과 연관 있는 AP와 모뎀칩 등은 자체 개발한 제품이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1위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AP, 통신칩, 이미지센서를 모두 사용하면 세계 1위다. 시스템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나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도달도 쉬워진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세게 2위다. 파운드리 1위는 대만 TSMC. 삼성전자는 이달 극자외선(EUV) 기반 5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했다. 1장 웨이퍼에서 서로 다른 반도체를 생산하는 MPW(Multi Project Wafer)서비스는 5나노까지 확대한다. 삼성전자 사업부간 윈윈만 해도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1위가 꿈은 아니다.
세트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을 시판했다. 5G 통신칩을 자체 보유했기 때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다른 회사는 퀄컴 일정에 맞춰 제품을 냈다. 비슷한 제품이 같은 시기에 나온다. 차별화가 쉽지 않다.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한편 삼성전자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 방안도 내놨다. 삼성전자라도 시스템 반도체 전부를 혼자 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업체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삼성전자가 개발한 설계자산(IP)을 호혜적으로 지원한다. 설계/불량 분석 도구 및 소프트웨어도 제공할 방침이다. 파운드리 물량을 완화 생산까지 삼성전자가 돕는다. MPW프로그램은 공정당 연 2~3회로 확대 운영한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체와 외주협력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