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이달 중 절차가 마무리 될 코웨이-웅진 인수합병을 앞두고, 코웨이 소속 설치·수리 기사(CS닥터)들이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웅진그룹이 지불할 코웨이 인수금 대부분을 자기자본이 아니라 빚으로 조달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합병 이후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위해 기사 임금 및 노동조건은 후퇴하고, 나아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기사들을 '소모품‘ 취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규혁, 이하 서비스연맹)은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웨이CS닥터노동조합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날 국회 김종훈 의원(민중당)은 “코웨이-웅진 매각 과정에서 구조조정 이야기가 오고 갈 것이고, 노동자들은 생명과도 같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사들은 매각절차 진행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공유조차 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기업이 노동자들이 대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자금은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웅진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은 20%인 4000억원에 불과하며, 시틱인베스트먼트에서 5000억원, 한국투자증권에서 1조1000억원을 끌어왔다.
코웨이CS닥터노동조합 측은 코웨이가 매각을 앞두고 비용절감을 위해 제품 애프터서비스(AS) 발생건수를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지침으로 인해 고객 불편이 초래되고 기사들은 ‘공짜노동’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인평가 제도를 도입해 직원 간 내부 갈등을 사 측이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코웨이CS닥터노조 이흥수 위원장은 “웅진씽크빅이 코웨이 지분 22% 인수 시 부채 비율은 247%, 지분 27% 인수 시에는 부채 비율이 330%나 된다. 향후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웅진씽크빅은 천문학적인 빚을 갚기 위해 당기순이익 대부분을 고배당으로 가져갈 것이며, 따라서 회사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투자 여력도 없고 설치수리서비스 노동자 및 직원 임금과 노동조관도 후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이번 매각이 ‘전형적인 외국자본의 먹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인수 이후 일반 기업들이 상상할 수 없는 비율로 배당금을 가져갔다. 이를 통해 인수 금액을 다 회수했고, 웅진으로 되팔게 되면서 다시 1조원 이상이 차액 이득을 본다”며 “MBK의 머니게임에 노동자들은 멍들 수 밖에 없다. 딜 클로징이 마무리되는 이 시점까지 매각 위로금조차 단 10원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번 코웨이 매각에 특수고용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판례로 미뤄 볼 때, 코웨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 역시 향후 정상 노동자라고 판결이 날 확률이 높다”며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인 MBK는 이 때문에 서둘러 매각 시장에 코웨이를 내놨다고 본다. 웅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도천 청호나이스 설치·수리기사 노동조합 위원장도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청호나이스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명목으로 ‘나이스엔지니어링’을 만들어 기사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한 개의 회사에 2개의 정규직을 만들어 차별하고 있다”며 “또 차량 지원 등 회사 업무에 드는 비용을 일체 지불하지 않는다. 이는 청호나이스뿐만 아니라 코웨이도 마찬가지다. 정부차원이나 정치권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웨이CS닥터노조가 사 측에 요구한 내용은 ▲CS닥터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매각에 따른 고용안정협약서 체결 등에 관한 단체 교섭에 응할 것 ▲CS닥터를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닌 직접 고용노동자로 지위를 인정하고 각종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지불할 것 ▲향후 3년간 총 매출액 평균 최소 2%를 기술 및 교육, 신규투자 인력확충에 투자할 것 ▲CS닥터를 포함한 전 직원의 고용 및 노동조건 등 기존 권리를 승계할 것 ▲매각과 관련된 정보를 노동조합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 ▲MBK파트너스는 매각차익의 10%(1000억원)를 CS닥터와 직원들에게 분배할 것 등이다. 이들은 사 측에 오는 19일까지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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