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박7일간의 일정으로 10일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한 순방길에 올랐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3국 정상을 만나 '신남방' 정책의 실질협력 방안을 보다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남방 정책’은 국내 기업및 금융권에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급성장에서 보듯, 시장 자체의 잠재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때문에 기존 미국, 중국, EU 등 주요 시장의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신남방 정책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국내 IT업계도 신남방 정책에 따른 특수에 관심이 높다. 이런 가운데 이미 6년전에 캄보디아로 날아가 현지 IT인력을 육성하고, 실제 현지 IT시장에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웹케시의 사례를 짚어본다. 특히 웹케시는 지난 2013년 캄보디아 현지에서 국내 8개 IT기업과 함께 설립한 IT기업인 코사인(KOSIGN)을 통해 금융IT 인프라 구축 사업과 글로벌 SW회사로의 본격적인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 앞으로 짧지않은 여정이지만 웹케시의 행보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고심하는 국내 IT업계에 시사하는바가 적지않다.<편집자>
웹케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석창규 회장은 일년중 3~4차례는 꼭 캄보디아를 찾는다. 현지의 우수한 자원을 IT전문가로 육성시키기위한 HRD센터, 그리고 글로벌 IT사업을 위해 설립한 코사인(KOSIGN)의 사업을 직접 챙기기위해서다. 석 회장은 지난 2월22일 프놈펜에서 진행된 HRD 6기 수료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캄보디아에서 운영되고 있는 HRD센터는 이미 국내에서도 몇 안되는 성공적인 해외 IT인력 육성 사례로 손꼽힌다. 2013년에 출범한 HRD센터(센터장 김태경)를 통해 지금까지 400명 정도의 IT인력이 배출됐다.
이처럼 HRD센터를 통해 검증받은 우수한 인력중 일부는 코사인에 직접 채용된다. 코사인에 취업한 캄보디아 직원들중 일부는 국내에도 교환인력으로 들어와 웹캐시에서도 근무하기도 한다. 직원수 100여명의 코사인은 이미 캄보디아 IT산업에선 빼놓을 수 없는 유력한 IT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HRD센터와 코사인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웹케시의 입장에선 보면, 본격적인 과실을 거두었다고 보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 심었던 나무에는 이제 서서히 꽃망울이 맺히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월22일, 본지가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에 있는 코사인 본사를 방문했을때, 직원들은 평상시처럼 개발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젊은 개발자들로 가득찬 사무실에선 역동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현지 IT인재 육성, 비즈니스 역량 확장...모범 '글로벌 전략' 모델로 평가
지금까지 캄보디아에서 거둔 성공적인 경험은 석창규 회장이 최근 베트남,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 반도, 나아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의 중장기 확장 모델을 구체화한 계기가 됐다. 이번 문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을 앞두고 HRD와 코사인 사례는 현지에서도 ‘한- 캄보디아’ 협력의 주요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코사인을 이끌고 있는 설욱한 법인장(사진)은 지난 2월22일 <디지털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의 금융IT 사업은 블루오션이다. 사업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현재 KOSIGN가 캄보디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에서 발주하는 SW개발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해주는 아웃소싱 사업, 그리고 캄보디아 현지에서 발주되는 금융 및 핀테크 관련 개발사업이다. 현재 코사인의 자본금은 그동안 2번의 증자를 거쳐 현재는 110만 달러 규모다.
먼저, 아웃소싱 사업의 경우 코사인은 현재 한국의 웹케시, 비즈플레이, 쿠콘 등 웹케시 그룹내 주요 계열사들이 발주하는 개발사업을 코사인에서 위탁받아 처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웹케시 그룹의 주요 앱들은 캄보디아 SW개발자들이 열정도 동시에 숨어 있는 셈. 안드로이드, iOS 등 주요 플랫폼 모두 개발이 가능하다.
다만 석창규 회장은 "임금 경쟁력때문에 캄보디아에서 SW개발 아웃소싱 비중을 높이면 한국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때문에 한국발 아웃소싱 비중을 크게 높이지는 않을 생각"이라며 "코사인은 앞으로 중앙아시아, 아프라카 등으로 확장될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SW개발 아웃소싱 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사업인 IT서비스사업은 웹케시가 한국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던 e뱅킹과 관련이 깊다. 주로 캄보디아 금융권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이 발주하는 금융IT사업을 수행한다.
특히 캄보디아에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JB금융 등 국내 은행들이 최근 몇년새 경쟁적으로 진출하면서 '신남방 특수'가 열리고 있다. 코사인에겐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 상황과는 달리,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JB금융지주다. JB금융은 지난 2016년 아프로서비스그룹과 공동으로 현지 최대 상업은행인 프놈펜상업은행(PPCB)을 인수했기때문이다. 프놈펜 시내 곳곳에선 우리 눈에 익숙한 국내 은행들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비현실적인 느낌이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설욱환 법인장은 "현재 한국에 나가있는 캄보디아 노동자가 약 6만명 정도된다"며 "이들이 한국에서 보내온 자금이 다시 캄보디아에 뿌려지면서 다양한 사업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모바일 금융서비스 수요 폭발적..."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금융IT 서비스의 진화의 특징은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보급율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불가능했던 서비스의 진화가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 법인장은 "인도차이나 국가의 대부분은 국토가 넓거나 개발이 힘든 오지가 많아 유선 통신 인프라 구축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 진화과정이 생략되고 곧바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다"며 "캄보디아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팬 시내에선 이러한 변화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일명'툭툭이'로 불리는 택시들은 그 소박한 외형과 무색하게 이젠 시민들이 스마트폰 앱(일명 PassApp)으로 호출한다. 마치 카카오택시를 불렀을때 택시의 위치와 접근 경로가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듯이 툭툭이의 이동 경로가 표시된다.
◆ 캄보디아 금융IT 인프라 수준은?
설욱환 법인장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은행업은 2018말을 기준으로 42개의 상업은행, 14개의 특수은행, 7개의 MDI, 69개의 MFI, 12개의 리스업체, 14개의 보험사, 10개의 증권사가 있다. MDI는 소액대출업종인데 한국의 저축은행과 비슷하다. 대부분 대출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국가의 규모에 비해 금융회사가 많은 듯 보이지만 영세업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캄보디아의 금융결제망은 한국과 비교하면 취약하다. 우리의 금융결제원과 같은 기능을 하는 중앙은행의 통합결제시스템망이 갖춰지지 않았기때문이다. 결제와 송금을 위해서는 고객이 직접 발품을 팔아야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캄보디아의 이러한 금융 불편은 조만간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설 법인장은 "작년말부터 시행중인 CSS(Cambodia Shared Switch)와 한국의 코이카(KOICA)의 지원으로 개발중인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가동되면 ATM과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은행으로 온라인 송금과 결제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모바일시스템 개발에는 코사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위한 전산화도 아직 이뤄지지않은 단계다. 현재는 담보설정 내용이나 변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캄보디아 정부가 토지및 부동산 등기 전산화를 이루면 부동산 담보 대출서비스도 크게 활기를 뛸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카드나 선불카드의 결제시에도 단말기 에러 비율이 아직은 높은 편이다. 카드시스템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때문이다. 설 법인장은 "캄보디아 정부가 진행하는 금융결제 인프라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금융서비스 품질이 크게 개선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국민, 신한)의 캄보디아 중앙은행과의 대외계 연계시스템은 올해 6월쯤 완료될 예정이다. 국내 은행들이 인도차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신남방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도 코사인에게는 호재다. 국내 은행들과의 뱅킹 플랫폼 구축 비즈니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사인은 웹케시가 자랑하는 스크레핑 기술을 활용해 올해 4분기중 캄보디아 은행에 통합계좌관리서비스가 가능한 '캄보디아 브랜치(Combodia Branch)'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캄보디아의 금융IT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코사인의 설 법인장은 "캄보디아의 금융서비스 수준은 한국보다 크게 부족하지만 모바일을 통해 바로 한단계 건너뛰고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캄보디아의 은행권에서는 기초적인 공동망과 일부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고,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밀착형 금융상품들이 속속 스타트업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고 최근의 상황을 전했다. 예를들면, 핸드폰 유심기반의 지급 결제수단은 윙(Wing)으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코사인은 현재 현지의 모바일 송금 전문회사인 윙, 트루머니 등과 제휴하고 있다.
설 법인장은 캄보디아의 스마트폰 뱅킹에 대해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단순하지만 정말 심플하고 필요한 기능만으로 구성돼 있는게 특징"이라며 " 요즘은 주로 페이(Pay)기능을 추가하고 있는 단계로, 매우 빠르게 서비스 수준이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코사인은 현지 한국계 IT협력업체들과의 긴밀한 공조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지에서 IT를 구축하는 것은 SW기술력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지의 사정을 잘 아는 전문업체들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코사인과 협력하는 현지 IT업체중 네트워크분야의 전문업체인 호텍(HOTECH)도 그런 업체중 하나다. 이 회사의 김남현 대표는 "최근 신남방 정책이 주목받으면서 한국에서도 직접 이 시장에 노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아직 이쪽 시장은 가격 전략을 정교하게 짜야만 이익을 낼 수 있는데, 한국에서 처럼 자칫 저가 경쟁을 한다면 오히려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설욱환 법인장은 코사인 캄보디아 현지 직원들에 대한 칭찬과 자부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3년뒤 코사인의 직원들은 캄보디아의 최고 IT전문가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며 "직원들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실력있는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