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이 지나며 방송시장 생태계도 크게 변화했다. 출범 초기 케이블TV에 비해 콘텐츠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며 배려, 공정경쟁, 정부지원을 외쳤던 IPTV는 연평균 38.2%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가입자 규모에서 케이블TV를 앞섰다. 출범 10년만에 유료방송 플랫폼 최고자리에 우뚝섰다. 긴 적자의 터널을 벗어나 이제는 통신사의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오랫동안 유료방송 시장을 주름잡던 케이블TV는 오히려 통신사들에게 합병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IPTV의 성장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만들었다.
플랫폼간 경쟁이 강화되며 유료방송 시장 규모가 커졌고 비용, 서비스 측면에서 이용자 혜택이 커졌다. 방송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길 수 있었고 다양한 채널 편성, 주문형비디오(VOD) 활성화 등도 IPTV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IPTV는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로 평가받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내용은 그다지 알차 보이지 않는다. 콘텐츠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에 초점을 맞추면서 오히려 유료방송 시장을 저가 생태계로 고착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케이블에서 IPTV로 플랫폼이 바뀌었을 뿐 내용 측면에서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무엇보다 출범 초기 통신사들이 외쳤던 건강한 방송 콘텐츠 생태계 구현이라는 목표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통신사에 비해 재정측면에서 열악한 케이블TV가 지역방송, 공익성 측면에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과는 달리 IPTV는 콘텐츠 투자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와 제휴를 맺거나 어린이 등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될 법한 분야에만 투자를 한다. 당초 IPTV가 추구하고 외쳤던 양방향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는 10년이 지나도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IPTV의 넷플릭스 도입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발이 심하다. IPTV가 방송 콘텐츠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중해왔던 지상파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신사들이 외부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 말고 전체 방송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도가 낮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최대 플랫폼 IPTV가 국내 중소 PP들을, 콘텐츠 투자를 외면하면 건전한 방송 생태계 구현은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기술적 융합, 비즈니스로서의 IPTV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만, 앞으로는 공익이라는 방송 본연의 가치에 대해서도 통신사들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