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국정감사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초고화질(UHD) 방송이 졸속 추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책임을 인정했다. 지상파 UHD 방송은 지난 2017년 2월 시작했다. 세계 최초다. 덕분에 5세대(5G) 무선통신용으로 주목을 받던 700MHz 주파수가 누더기가 됐다. 지상파 방송사는 세계 최초 UHD 방송을 했지만 투자계획 등은 이행치 않았다.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에서 방통위 국감을 실시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UHD 투자계획 불이행이 도마에 올랐다.
김종훈 의원(민중당)은 “지상파 UHD 방송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다. MBC와 SBS가 시설투자를 각각 64%와 50%만 지키는 등 방통위와 약속한 투자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역방송사는 시설투자 엄두도 못내는 것은 안다. 방통위가 당시 사업추진이 적절한 판단이었는지 과거 정권 차원 외압은 없었는지 철저히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4년 방송사는 2조9000억원 투자를 하겠다고 했지만 2016년 수도권 신규허가 때 1조25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그나마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방송사가 주파수 때문에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나 짐작만 한다. 투자 여력이 없어서 줄여줬다. 천천히 하기 위해 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세계 최초와 지상파 방송사의 장밋빛 전망에 전 정부가 잘못된 정책 결정을 내렸다고 인정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UHD 방송 추진은 5G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700MHz 주파수의 운명이 갈렸다. 700MHz 주파수는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며 유휴 대역이 됐다. 5G용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2013년부터 UHD용으로 배분을 요구했다. UHD 조기 상용화와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전 세계적 추세는 통신 배분이었다. 방송용과 통신용 논란은 팽팽했다. 국가재난안전망(PS-LTE)용 할당 필요성도 나왔다. 정부와 국회는 2015년 ▲PS-LTE ▲지상파 UHD ▲5G 등 모든 수요로 700MHz를 쪼갰다. 통신사는 파편화 한 주파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통신용 700MHz 40MHz폭은 2016년 주파수 경매에서 유찰됐다. 5G는 넓은 대역을 이어서 쓰는 편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주파수는 아직도 주인이 없는 상태다.
한편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UHD 전환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의 언급처럼 주파수 확보를 위해 무리수를 둔 셈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통신사와 달리 주파수 할당대가도 납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