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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P 없어도 CD 잘 팔리네… 그래서 ‘스마트폰 음반’ 만들었다”


-뮤즈라이브 석철 대표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1990년대에는 모두 CD플레이어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었다. 그러나 MP3 플레이어의 시대가 오고,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디지털이 아닌 ‘피지컬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찾기 어려워졌다.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이나 카오디오에도 CD 재생장치는 빠지는 추세다. CD앨범의 실용적 의미는 이미 퇴색된 것으로 평가된다.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CD음반 시장은 전 세계 6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음악 시장 규모 약 160억달러(약 16조원) 중 CD 앨범을 비롯한 피지컬 뮤직 매출은 거의 50%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음악을 듣기 위해 앨범을 사지 않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소장하고 싶어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키노앨범’이 최근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성냥갑만한 크기의 디지털 앨범을 스마트폰 3.5파이 이어폰 잭에 꽂으면 음악이 재생된다. 앨범 자체에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주파수를 스마트폰에 쏴 주는 장치가 내장돼 있다. 이를 스마트폰이 인식하면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구동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인식된 다음에는 앨범을 분리하고 이어폰을 꽂아 음악을 감상할 수 있지만, 다른 스마트폰에 앨범을 연결하면 원래 스마트폰에서는 재생이 안 된다. 각 앨범마다 내장된 보안키가 온라인 연결을 통해 서버에서 인증을 받기 때문이다.

키노앨범 매체를 뜻하는 ‘키트’는 뮤즈라이브가 개발한 기술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180에서 만난 석철 뮤즈라이브 대표<사진>는 “텐저블(Tangible), 즉, 손에 잡히는 물건의 소장 욕구가 사람들에게는 많이 남아있다”며 “물리적 실체의 소장은 아티스트와 정신적인 교감이 생긴다는 묘한 영역이 있어, 이는 디지털로 이북을 읽는 독자들이 여전히 같은 책을 구입해 서재에 꽂아두는 것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음원 창작자들 입장에서도 스트리밍 시장의 확대는 달갑지 않았다. 음원 이용자는 크게 늘어났지만 기존 음반 시장 대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통상 스트리밍 정액 요금제 기준 1회당 7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작사, 작곡, 편곡자들은 0.7원(10%), 가수와 연주자들은 0.42원(6%)을 받는다.

대부분 아티스트들은 공연이나 광고 등 유명세를 통한 부대수입의 비중이 더 크다. 이 때문에 키노앨범이 아니라도 CD방식을 대체할 물리적 매체 발매 시도는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물리적 음반 판매가 예전처럼 이뤄져야 음원 창작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드래곤이 발매한 USB 앨범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석철 대표는 “USB 앨범은 스마트폰이 아닌 PC에서 사용되는 매체, 전산용품을 차용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시대흐름을 역행한 사례로 본다”며 “우리 역시 처음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 매체도 시도해봤지만, 교통카드를 차용한 느낌 때문에 음반을 위한 매체로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QR코드나 블루투스도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QR코드는 여전히 물리적 매체가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블루투스는 별도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있다.

석 대표는 “아울러 다른 방식들은 스마트폰 제조사의 선택에 끌려가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예컨대, NFC 방식은 아이폰에서 활용할 수 없지만 반면 3.5파이 이어폰잭은 거의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표준이라 기기 제조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가장 혁신적”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피지컬 디지털 매체의 등장에 음반 제작사들도 반색했다. 그는 “글로벌 음반유통사인 유니버셜 뮤직그룹을 찾아가자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이런 매체를 2년 동안 찾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SM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 'NFC 방식 앨범은 아티스트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며 내키지 않아했지만 키노앨범 매체를 보여주자 바로 앨범을 내자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레드벨벳, 소녀시대 등 SM 소속의 전 가수 및 인기 케이팝 아이돌 30개 이상의 음반이 키노앨범으로 출시됐다. 최근 가온차트, 한터차트 등에 정식음반으로 판매가 집계되기 시작한 점도 소비자 구매를 부추겼다. 앞서 출시된 앨범 25만장은 모두 매진됐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이미 판매가의 2~3배의 웃돈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석철 대표는 키노앨범이 빠른 속도로 CD앨범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CD에서 MP3로 완전히 매체 흐름이 바뀌는 데는 통상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재생하는 디바이스가 바뀌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스마트폰은 이미 모든 사람이 하나씩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2년 내, 2019년 말이면 키노앨범이 글로벌 음반 시장 5%, 국내 음반시장 3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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