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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과방위, 불량 상임위 딱지 떼려면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법안처리 0% 상임위’, ‘식물 상임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평가다.

방송통신 및 과학기술·ICT를 다루는 상임위원회인 과방위는 법안처리와 관련해 대표적인 불량 상임위로 알려져 있다. 전신인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시절인 2016년에는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정권교체 이후 과방위로 바뀌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올해 6월 유료방송합산규제 일몰이 예정돼 있었음에도 불구 단 한차례의 논의도 진행하지 못한 채 상반기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방위는 방송이나 ICT 출신인 일부 국회의원을 제외하면 기피 1호 상임위로 자리 잡았다는 소문도 있다. 이번에 하반기 과방위에 몸을 담게 된 한국당 박성중 위원은 “주변에서 과방위에 배정됐다고 하니 귀양갔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의식해서일까.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과방위 위원들은 저마다 “일하자” “밥값하자”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과방위가 불량 상임위 평가를 받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방송’ 때문이다. 방송 관련 법안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수시로 보이콧을 하다보니 다른 법안까지 처리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지곤 했다. 정권 교체로 여야 공수가 바뀌었지만 상황은 똑 같다. 야당이 된 한국당은 방송법개정안 처리를 놓고 여당과 극한의 힘겨루기를 진행하고 있다.

과방위가 식물 상임위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방송 관련 법안을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소한 방송 관련 법안 때문에 다른 법안까지 외면하는 구태는 반복해서는 안된다.

과방위가 다루는 방송통신, ICT 분야는 그 어느 산업보다 변화가 빠른 곳이다. 드론, 공유경제, O2O, 원격진료,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평가되는 기술들이 법제도 미비로 꽃을 피우지 못해서는 안될 일이다.

당장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시 보호조치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비롯해 규제특례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융합법 일부개정 등 여야간 이견이 없는 법안들은 조건 없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말로만 일하는 과방위가 아니라 실제 법안처리 실적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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