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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토종 통신기술 ‘와이브로’의 퇴장

- 정부, 5G 세계 최초 보다 통신 규제 혁파 우선해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KT가 오는 9월 와이브로 종료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KT가 정부 승인을 받을 경우 연내 와이브로를 중단할 전망이다. 지난 2002년 서비스 개발 후 16년, 2006년 상용화 후 12년 만이다. 우리나라가 처음 만들고 상용화 한 통신기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와이브로는 4세대(4G) 이동통신 표준 중 하나로 여겨지는 등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일본 통신사가 전국망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롱텀에볼루션(LTE)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국내 통신사도 외면했다. 시장이 줄어드니 기술 개발이 멈췄다. 기술 개발이 멈추니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경쟁과 유사하다. 좋은 기술을 먼저 개발해 상용화해도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면 소용없다. 와이브로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사실상 토종 기술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장비를 제작하는 곳도 사라진지 오래다.

2분기 통신사 실적은 이동통신사업 미래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누구나 손 안에 PC를 들고 다니는데 말이다. 무선의 기회는 증가하는데 수익성이 떨어진다. 아이러니다. 통신사가 투자를 하지 않아서 시장 예측을 잘못해서 생긴 위기가 아니다. 정부가 위기를 만들었다. 가계통신비 상승 책임을 통신사에게 전가했다.

와이브로의 종말은 5세대(5G) 무선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를 추진하는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가 크다. ‘세계 최초’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술도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속적 투자 유지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수다. 정부가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통신사가 5G를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와이브로처럼 축포는 먼저 터트리겠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벌써 통신장비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5G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리가 선점해야 할 대상은 5G 세계 최초가 아니라 5G 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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