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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경쟁력 저하…알뜰폰, 가입자 이탈 본격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알뜰폰(MVNO) 가입자들의 이동통신사(MNO) 이동이 본격화되는 것일까?

승승장구하던 알뜰폰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통사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온 알뜰폰이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이통사에 대한 요금인하 정책으로 최대 강점인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

최근 SK텔레콤이 KT에 이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전면 개편했는데 저가요금제 혜택을 대폭 강화했다. 여기에 LG유플러스도 중저가 요금제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알뜰폰 업계의 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수는 45만명으로 집계됐다. 특이점은 알뜰폰이 이통3사 모두에게 가입자를 내주었다는 점이다. 알뜰폰이 번호이동 통계에 반영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6월 기준 알뜰폰의 시장점유율은 11.9%다. 6월부터 가입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가입자 감소는 유입보다 유출이 많다는 뜻이다. 즉, 이통3사에게 가입자를 더 많이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 저가요금제·결합상품 혜택 강화…알뜰폰엔 직격탄=소폭이나마 매월 꾸준히 증가해오던 알뜰폰이 감소세로 전환된 가장 큰 이유로는 요금경쟁력 축소를 들 수 있다.

대다수 알뜰폰 사업자는 저렴한 요금을 제외하면 브랜드, 고객서비스, 부가혜택 등에서 이통사와 경쟁하기 힘든 수준이다. 저렴한 요금 때문에 알뜰폰을 사용하는 고객이 대다수다.

그런데 이통사들의 요금이 점진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며 알뜰폰 요금 경쟁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확대됐고, 저소득층 및 노인층에 대한 추가 요금감면도 시행됐다. 여기에 올해는 보편요금제가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보편요금제 국회 통과에 난색을 표하는 이통사들은 저가요금제 혜택강화를 통해 정부의 정책취지에 발을 맞추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는 2만원대에 음성 200분에 데이터 1GB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3만원대에 데이터를 300MB 정도만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3만원대 요금제 혜택도 대폭 강화했다. 이번에 3만원대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은 1GB~1.2GB로 늘렸다. 음성, 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선택약정할인을 하면 정부가 생각하는 보편요금제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이통사들은 가족이나 지인 결합을 통한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비슷한 요금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 3G 음성이나 선불, 유심전용 요금제 등을 제외하면 알뜰폰이 이통사에 비해 더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가 떠먹여주는 시대 지나간다…자구책 마련 시급=알뜰폰의 요금경쟁력은 정부로 부터 나온다. 정부가 업계를 대신해 망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도매대가 인하만으로는 알뜰폰이 생존, 성장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협상은 매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알뜰폰은 더 많은 도매대가 인하, 수익배분을 원하고 있지만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SK텔레콤은 "어디까지 도매대가를 낮춰야 하느냐"며 "전세계에서 도매대가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협상을 진행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음성 등 도매대가의 경우 내려올 만큼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폰 업계의 자구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지난해 알뜰폰은 264억원 적자를 보았지만 이통사 자회사를 제외한 41개 알뜰폰은 34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며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 아니고 알뜰폰도 도매대가 인하로 인한 수익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의 이해관계는 제각각이다. CJ헬로나 이통3사 자회사와 같은 대기업 계열은 LTE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데이터 다량구매제도 도입 등을 희망한다. 반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 상당수는 도매대가 인하나 수익배분율 조정을 희망한다.

현실적으로 큰 투자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이 대다수다. 현재 국내 알뜰폰 사업자 수는 47개에 달한다. 일부를 제외하면 요금제 상품은 비슷비슷하다. 정부가 대신 협상을 해주면 일부 마진을 보고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통3사의 저가요금제 혜택, 이통사들의 수익악화 등을 감안할 때 도매대가 인하를 통한 안정적인 사업유지는 쉽지 않게 됐다. 통신업계에서는 알뜰폰도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실현,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을 통해 자구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무조건적인 도매대가 인하, 전파세감면 등에서 데이터 다량구매제도 등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7월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벌써 8월이다. 지난해에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한 끝에 11월에야 협상이 타결된 바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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