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사의 가입자 뺏기 경쟁이 끝난 것일까. 지난 3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가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네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9·9플러스’ 출시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가입자를 뺏어도 돈이 되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는 총 46만3553명이다.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네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지난 2월 역대 최저인 총 36만7366명에 비해선 26.2% 증가했다.
번호이동은 통신사간 가입자 쟁탈전을 보여주는 지표다. 올 들어 번호이동은 급감했다. 지난 1월 46만5486명도 다섯 번째로 적은 숫자다. 번호이동은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이 본격화 하면서 하향 안정화했다. ▲2014년 10월 36만8104명 ▲2015년 4월 44만3481명 ▲2016년 9월46만9045명 ▲2017년 2월 49만69명을 제외하곤 평균 50만명대 중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3개월 째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는 원인을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서 찾았다. 번호이동은 통신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 확대 주요 수단이다. 주로 고가 단말기에 고액 지원금을 실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했다. 그러나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즉 선택약정할인이 발목을 잡았다. 단말기유통법은 지원금을 높이면 다른 사용자의 요금을 그만큼 깎아주게 강제했다. 지원금 경쟁 매력이 사라졌다. 또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확대는 통신사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요금상향이 봉쇄된 시장에서 실적을 만회할 방법은 비용통제밖에 없다. 마케팅비 축소는 번호이동 시장 축소로 연결됐다.
침체한 시장이지만 승자와 패자는 갈린다. LG유플러스와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은 각각 1903명과 9515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6367명과 5051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선 가입자를 데려왔지만 알뜰폰으로 떠난 사람이 많았다. LG유플러스는 KT와 알뜰폰 이탈보다 SK텔레콤 흡수가 컸다. SK텔레콤과 알뜰폰은 전방향 각각 가입자를 뺏기고 뺏었다.
향후 번호이동은 이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보편요금제 등 통신사에 요금인하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 고가 단말기 구매자는 지원금보다 선택약정할인을 고르는 추세다. 결합상품 등 가입자 잠금(lock-in, 락인)효과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