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망중립성. 통신사가 모든 콘텐츠를 차별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모바일 시대 다양한 OTT(Over The Top) 업체의 성장 기반이다.
통신사는 이들이 유발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네트워크 투자를 했다. 이용자는 이들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에 가입했다. 증가한 요금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통신비 인하를 요구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통신비 인하 압박에 동참했다. 가입자는 곧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통신은 규제산업. 정부의 입김이 세다. 다양한 요금절감 방안을 시행했다. 통신사 실적은 악화했다. 통신사는 가입자, 정부, 정치권에 이어 주주의 불만까지 감당해야 하는 신세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4세대(4G) 무선통신 활성화에 기여한 곳은 통신사다.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가 없었다면 모바일 시대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를 연 통신사는 ‘공공의 적’이다. 모바일 시대 과실을 누린 OTT는 망중립성의 그림자에 숨어 갈등을 지켜볼 뿐이다.
OTT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다.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광고를 재생하는데 들어가는 데이터는 소비자 부담이다. 콘텐츠를 즐기다 접속이 원활치 않을 경우 광고 시청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광고는 동영상에만 붙는 것이 아니다. 게임도 인터넷 페이지에도 있다. 광고 때문에 데이터 통신비를 더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OTT와 해외 OTT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하는 출발점은 망중립성 폐지가 우선이다. 역차별은 여기서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내년 5세대(5G) 무선통신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5G 시대 네트워크는 전기 가스 수도처럼 삶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통신사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모두 헛것이다. 망중립성을 처음 제기했던 미국도 이를 폐지했다. 통신사와 OTT의 관계 재정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