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252억원에 럭시를 인수하면서 1위 업체 풀러스와 격차를 좁히기 위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상황은 반대로 전개됐다.
그동안 카풀업계는 서비스 홍보와 이용자 확대를 위해 드라이버와 라이더 모두에게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왔다. 그러나 정부 규제와 위법 논란, 택시업계 반발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문제가 차도를 보이지 않자 드라이버 활동성이 위축돼 전반적인 이용량도 감소 추세다. 이 때문에 비용 지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럭시는 지난 14일부터 드라이버에게 제공하던 추가정산 이벤트를 모두 중단했다. 상시 쿠폰을 통해 라이더에게 제공되던 20% 할인도 폐지했다. 럭시는 지난해부터 드라이버에게 운행 당 3000~5000원을 추가로 지급해 하루 최대 2만원 수준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당분간 이런 현금 지급 방식의 인센티브는 시행하지 않을 조짐이다.
럭시 관계자는 “소비자, 기업 입장에서 모두 윈-윈 하는 전략을 택해야 하는데 현행 인센티브 체계는 일방적으로 기업 캐시번(현금 고갈)만 일어나는 형태”며 “추후 더 개선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그 전까지는 조금 보수적인 정책을 취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카카오와 여러 가지 시너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을 포괄적으로 다시 세워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신사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인센티브가 들어가겠지만, 다른 방식이 될 수도, 최종적으로 기존과 동일한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택시 공급이 부족한 출퇴근 및 심야 시간에 카풀을 보완재로 활용한다는 방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에 19일 택시업계가 “자가용 카풀 앱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빠르면 2분기 중으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협상 여부에 따라 더 늦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선 럭시 적자 폭을 줄이고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풀러스 역시 인센티브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19일부터 드라이버 5개 등급 중 회원 비중이 높은 하위 2개 등급의 인센티브를 폐지했다. 상위 3개 등급 역시 기존 대비 20% 이상 인센티브 지급액을 낮췄다.
지난해 7월 기준 풀러스 가장 높은 등급인 ‘5스타’ 드라이버는 첫 여정 요금의 90%, 이후 여정의 40%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하루 최대 인센티브만 2만5000원씩 추가로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4000원으로 약 1/6까지 줄어든 셈이다.
풀러스 측은 "인센티브 제도는 지금까지 수시로 변해왔고, 지금보다 많거나 적은 인센티브가 지원된 시기도 길었다"며 "기존에 없었던 '지역 인센티브'는 신설된 상태기 때문에 레벨제 인센티브 금액 축소가 전체적인 인센티브 축소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인센티브가 줄어들면서 드라이버 이탈도 감지된다는 점이다. 드라이버는 택시요금 70% 수준 카풀 이용료에 플랫폼 수수료 20%를 제한 금액을 정산 받는다. 출퇴근 경로가 거의 일치하는 이용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동선 및 대기시간 증가, 차량 감가상각과 최저임금 등을 고려 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는 라이더 부담을 늘리거나 이용자가 늘어나 전체 카풀 생태계 자체가 커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드라이버 이탈은 라이더 이탈과도 서로 맞물린다. 드라이버 공급이 줄어 매칭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라이더도 앱 이용을 줄이게 된다. 이는 다시 남아있는 드라이버의 수익성을 낮춘다. 많은 드라이버가 생계형이 아니라 부수입 목적으로 카풀을 이용하는 만큼 이용 유인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카풀 커뮤니티 ‘카풀앱사용자모임’ 김길래 리더는 “럭시의 경우 이미 매칭이 과거에 비해 10~20%밖에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체감된다”며 “이번 인센티브 폐지 및 축소로 드라이버 이탈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인센티브 제도는 향후 없어질 부분이 맞지만, 현재는 이용자 증가가 정체된 상황” 며“아직은 서비스 활성화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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