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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설 연휴가 유난히 추웠던 게임업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설 연휴는 큰 추위 없이 온화한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바깥 날씨와 달리 국내 게임업계는 유난히 추운 연휴를 체감했으리라 본다. 업계 내 실적 양극화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수년째 수백억 연매출에 그친 업체들이 부지기수인 반면 넷마블게임즈, 넥슨, 엔씨소프트 빅3 업체는 그 큰 덩치에도 고성장세를 이어가 작년 연매출 1~2조원대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을 위시한 외산 게임들이 득세하는 중이다. 중견·중소 게임업체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자 잠시나마 잠잠했던 외산 게임들이 또 다시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중국산 게임의 대표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소녀전선이 19일 구글플레이 매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리니지 형제’가 매출 1,2위 붙박이인 점을 감안하면 여타 모바일게임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위치까지 오른 셈이다.

이밖에도 클래시로얄, 붕괴3rd, 원피스트레저헌터, 로드모바일, 짐의강산 등 구글플레이 매출 20위 내 다양한 외산 게임들을 볼 수 있다.

작년 기준 국내 앱마켓 매출 50위까지 게임 가운데 60%가 외산 게임의 차지라는 지적까지 나온 바 있다. 국외에 나가 잘 되는 게임은 손에 꼽는 상황인데, 국내 시장 잠식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게임업체 경영자 중 한명은 “타깃 국가를 명확히 해서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시장 성장률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빅3의 세불리기에 당해낼 중견·중소 업체들이 없다는 것이다. 빅3만큼 무서운 외산 게임들의 시장 잠식도 있다. 업체 경영자는 이래저래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이자 거의 유일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매년 드문드문 강소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제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작년엔 이렇다 할 ‘뉴페이스’가 없었다. 그 자리를 소녀전선과 붕괴3rd를 흥행시킨 중국 룽청이 꿰찼다.

허투루 넘길만한 변화가 아니다.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위기신호라고 본다. 국내 강소 기업이 나타날 토양마저 중국산 게임에 내준 셈이기 때문이다. 올해 중요 시험대를 마주한 게임업계다. 대박(大博) 게임도 좋지만 다양한 실험을 담은 중박(中博) 게임이 보다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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