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유료방송 1위인 KT와 2위 사업자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유료방송 합산규제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방송법과 IPTV법에 규정돼 있다. 특정 유료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는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가진 KT그룹 때문에 생겨났다. 내년 6월 일몰될 예정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미디어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자율적인 영업을 막고 있는데다 규제완화라는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KT측의 주장이다. 일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TV도 점유율 규제 완화를 내심 바라고 있다.
산업적 논리를 내세우는 KT측과 달리 다수의 경쟁사들은 방송의 공익,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규제당국이 거대 통신사에 2개의 전국 방송사업권을 부여한 것, 소유겸영 규정도 문제삼고 있다.
일몰을 앞둔 현 유료방송 상황은 어떨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9일 발표한 유료방송 상반기 시장점유율 산정 결과를 살펴보면 KT가 606만5731명(시장점유율 19.92%)으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특수관계자인 KT스카이라이프를 합산한 가입자 수는 지난 2016년 하반기 대비 33만명(시장점유율 0.27%p↑) 증가한 927만2032명으로 합산 시장점유율(30.45%)이 규제 상한선인 33.33%을 초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합산규제가 적용되기 전인 2014년말 KT군 점유율은 28.4%였고 2위 CJ헬로비전은 15.2%로 격차는 13.2%p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위 SK브로드밴드와의 격차가 18.07%로 확대됐다.
현 가입자 증가세를 감안하면 점유율 33.3%에 도달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합산규제가 사라진 이후 KT그룹이 케이블TV 방송사를 인수할 경우 미디어 시장에서 압도적 힘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비록 불발로 돌아갔지만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의 매각 추진 사례가 있었고, 3위인 딜라이브의 경우 매각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자다. 지역의 개별 SO들 역시 가격이 맞으면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강한 지배력을 가진 KT가 유료방송 점유율을 50% 가까이 올릴 경우 미디어 시장에서의 독과점, 공정성 문제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8일 프레스센터서 열린 유료방송 시장 다양성 및 공정경쟁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서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KT는 결합상품 경쟁력이 상당히 강하다"며 "동일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방송 외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오는 파워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방송사업자의 대형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이런 측면에서는 합산규제 점유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1위와 2위간 점유율 차이가 큰 것은 문제로 하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커진 후에 이런 정책을 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일몰시점이 다가올수록 합산규제를 둘러싼 유료방송 진영간 갈등은 고조될 전망이다. 당초 통합방송법 통과를 전제로 3년이라는 기간이 정해졌지만 전체 방송법 측면에서는 진전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방송, 법률, 경제, 소비자 등 관련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합산규제 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반 운영 결과를 토대로 의견수렴을 거친 후 연내 정책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