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통신분야를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핵심 이슈를 꼽자면 단연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선택약정할인율 확대가 시행됐고 저소득층 요금감면도 시행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 요금인하라는 한계가 있지만 과거 정부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요금부담 완화 정책이 실제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동통신비 부담 완화에 대한 요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선거때마다 반복될 것이고 앞으로도 대통령 주요 공약에 포함이 될 것이다.
정부, 정치권이 자꾸 민간 사업자의 요금에 개입하는 이유는 뻔하다. 경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치고받고 싸워야 요금이 내려가는데 사실 이통3사간 요금경쟁은 국지전에 불과하다. 요금제는 이통3사 모두 비슷하다. 파격적인 요금제를 설계해 가입자를 유치하려 하기보다는 네트워크 품질로 이용자를 끌어들이려 한다.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정부로부터 요금을 인가받으면 2~3위 사업자 KT와 LG유플러스는 조금 더 혜택을 붙인 요금제를 내놓는다. 이같은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나름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아도 곧바로 경쟁사들이 비슷한 요금상품을 내놓는다. 누적된 학습효과는 요금경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같은 통신시장의 현실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유효경쟁정책을 통해 3위 사업자를 인위적으로 육성했지만 요금인하 측면에서 효과는 크지 않았다.
결국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 MVNO(Mobile VirtualL network Opertor), 즉 알뜰폰 사업자다. 새로운 경쟁자를 등장시켜 경쟁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시장의 10%를 차지하며 외형적으로는 급성장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경쟁활성화를 통한 전체 이동통신 요금인하라는 정책목표 달성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저렴한 요금제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도매대가 인하나 전파사용료 감면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사업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투자를 하지 않으니 대고객 업무 질도 형편없다. 전체 이통시장의 경쟁촉진이 아닌 하부리그에서 그들만의 경쟁에 머무르는 모습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알뜰폰에서 다시 이통사로 이동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극소수고, 전화통화를 하려고 해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가격이 조금 저렴한 것 말고는 다른 가치를 찾기 어려운 알뜰폰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형적 성장이라는 1차적 목표를 달성했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이 정책목표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정부나 국회도 알뜰폰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알뜰폰은 경쟁정책이어야 하지 골목상권보호 정책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투자하지 않고 그저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가 대다수라면 문제가 있다. 사업자가 무려 40개에 달한다. 이통3사가 두려워하는 것은 불투명한 새로운 이통사 출범이 아니다. 그들이 갖지 못한 자산과 이통서비스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힘있는 알뜰폰 사업자다.
알뜰폰이라는 브랜드가 등장한지 만 5년이 넘었다.
경쟁력 확보하라고 정부가 수년간 기재부로부터 핀잔 들어가며 매년 전파사용료를 감면했고 SK텔레콤 압박해 도매대가, 수익료 배분 협상에 나서고 있다. 이제 이같은 정부 역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언젠가는 전파사용료 감면이 중단될 것이고, 계속해서 내려가던 도매대가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날이 올 것이다. 데이터 중심시장으로 전환해 음성요금에 대한 의미도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알뜰폰 사업자도 진지하게 고민을 할때다. 선불요금 등 수익성 없는 니치마켓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인 투자와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비용절감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데이터 대량구매 등 알뜰폰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