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임 원장 자리가 한 달 이상 공백인 가운데 낙하산 인사,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한 임명 지연 꼼수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야당에서는 원장 후보 명단과 인선 절차 등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에서는 국회가 부당하게 인사에 관여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오전에 이어 오후 질의에서도 KISA 원장후보에 대한 자료제출 현안을 놓고 격돌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사건으로 인해 하나투어는 100만건 이상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는데, 여권번호와 개인정보를 통한 여권 위조 등 범죄에 악용된다면 국민들이 국제 범죄자로 전락될 수 있다”며 “KISA 원장 자리가 여전히 공백인 상태에서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KISA 원장은 비전문가의 스펙쌓기용이 아니라 조직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과 함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확정감사 전까지 후보 3인의 명단과 공모절차 전반에 관한 충분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임원장으로 거론되는 유력 후보는 김석환 전 KNN 대표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 당시 발족한 미디어특보단 내 방송분야에서 활동했다. 방송분야 전문가인 김 후보에 대한 정보보안 관련 전문성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오전 김성태 의원은 해당 후보를 지적하며 전문성 검증을 피하기 위해 국정감사 이후로 인사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자료제출 요구하고 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자료제출을 못 할 근거가 없다”며 원장 후보에 공모한 19명 중 정보공개를 동의한 12명에 대한 명단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에 박정호 KISA 부원장은 동의하지 않은 7명이 있고 현재 재직 중인 지원자도 있는 만큼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사자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KISA의 손을 들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례조차 없는 일이라며 임명 후 개별적인 열람을 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과거 백기승 전 원장 임명 당시에도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임명된 후 개별적으로 열람한 선례가 있다”며 “누구는 공개하고 누구는 공개하지 않으면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개인정보는 어떻게든 알려지게 돼 있으며, 임명되지 않은 인물에게도 유무형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국회가 버젓이 국민 앞에서 신상을 공개하라 하고, 기관에서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해당 기관에서 법적 검토를 하면 되는 부분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생활 침해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어떤 법률보다 우선돼야 하는 사안이라는 해석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헌적 요소도 있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동의한 사람과 동의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한다”며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고, 이 문제가 불거져서 행정소송·민사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기본적인 선을 지키고 신중하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상임위에서 자료요청을 빙자한 골라내기를 한다는 자체가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며, 국회가 인사과정에 굉장히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같은 여당의 공세에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KISA 원장 임명이 지연되는 이유를 파악하자는 의도였다며 한 발 물러섰다.
박 의원은 “김성태 의원의 질의 요지는 사이버위협이 고조되는데 KISA 원장 자리가 빨리 임명되지 않고 지연되는 이유를 파악해보자는 것”이라며 “과기정통부 장관 때문인지, 대통령이 하지 않는 것인지, 인선작업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제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 진행 과정은 국정조사를 하지 않은 이상 어렵다”며 “국정조사를 하시라”고 야당 측에 강경 태세를 취했다.
한편, 이날 KISA는 정보 공개에 동의한 일부 후보자 명단과 약력 등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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