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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이른바 한미일(韓美日) 연합이 웨스턴디지털(WD)·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주축으로 이뤄진 미일(美日) 연합을 제치고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도시바메모리)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매각을 승인했어도 계약서에 양자가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직전에도 도시바는 입장을 여러 번 번복한바 있으며 현재까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일 로이터통신, 교도통신, NHK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오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한미일 연합을 인수 대상자로 선정했다. 한미일 연합에는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SK하이닉스, 애플, 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사회에서 인수 대상자 결의가 이뤄졌다지만 이달 13일 발표한 양해각서(MOU)처럼 법적 구속력은 없다. 언제든지 WD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도시바는 이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도 WD와 협상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일본과 미국에서 진행되는 소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미일 연합은 WD와의 소송에 필요한 자금(500만엔)을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도시바의 양다리 전술은 지금껏 협상을 끌어온 기본적인 골격이다. 실제로 얻어낸 것이 많다. 한미일 연합에서는 앞서 언급한 소송에 필요한 자금과 함께 별도의 연구개발(R&D) 비용까지 부담하기로 했다. WD로부터는 소송 취하는 당연하고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시간을 끌고 고민을 거듭할수록 도시바에 유리했다. 일종의 ‘썸’만 타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도시바의 약점이다. 도시바메모리 최종 매각이 내년 3월로 예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각국의 반독점 심사와 실무에 6~9개월이 필요해 늦어도 10월 이전까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 시기를 넘기면 현실적으로 매각이 어려워진다.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지분이 15%로 제한된 것도 반독점 심사를 피하고 원활한 경영환경을 꾸리기 위해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의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았는데 섣불리 한미일 연합이 승리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얼마든지 결과가 번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도시바가 최대한 시간벌기를 시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낸드플래시 물량을 받거나 기술을 받는 것도 아닌데 과장된 분위기가 없지 않다”며 “물론 특허분쟁을 방지할 수 있고 돈을 들여 투자한 만큼 (양사의) 관계가 한층 진전될 계기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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