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얼마 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명분이 SK하이닉스 그 자체에 있다는 말을 했다. 도시바가 바보도 아니고 기술과 인력유출을 방지하면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뻔히 보이는데 SK하이닉스가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는 취지에서였다.
어차피 처음부터 지분 인수는 어려운 일이었다. 따라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韓美日) 연합에 융자(대출) 형태로 참여한 것은 차선이 아닌 최선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SK그룹 전사 차원에서 엄청난 결단이 내려졌고 마치 도시바 그 자체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웨스턴디지털(WD)을 필두로 신(新) 미일(美日) 연합이 도시바에 손길을 뻗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다시 한미일 연합이 협상 테이블에 애플을 올리는 등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SK하이닉스는 생각에도 없는 춤을 춰야 했다.
냉정하게 따져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를 인수한다고 해도 SK하이닉스가 당장 대단한 이득을 얻는다고 보기 어렵다. 낸드플래시 생산물량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술이나 엔지니어가 흘러들어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더구나 연구개발(R&D) 차원에서는 도시바와 어느 정도 협력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연스러운 접근이 SK하이닉스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이다. 설계자산(IP) 확보를 위해 특허 및 전문인력을 100여명 이상으로 늘렸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낸드플래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더구나 도시바는 SK하이닉스와 2007년 낸드플래시 관련 상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바꿔 말하면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 접점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회사 회생에 돈을 지불했다’는 명분은 특허로 인한 분쟁을 가라앉히는 진통제 역할이 충분하다는 점을 잊어선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도시바 매각과 관련해 SK하이닉스의 포지션이 SK그룹에서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관여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 인사가 딱히 눈에 보이지 않고 각종 의미가 있을 법한 발언은 박 사장의 입에서 나오고 있으니 어느 쪽 입장이 더 진중한지 모를 노릇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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