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무선

기가급 LTE, 美 통신사 먼저…韓, 기술 개발하고 놀리는 사연은?

- 통신비 인하 압력 등 정책 불확실·통신사 이해관계 발목…글로벌 경쟁력 하향 우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국내 이동통신 경쟁력에 빨간등이 들어왔다. 롱텀에볼루션(LTE) 및 5세대(5G) 서비스 시대 주파수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을 받는 기술을 미국 통신사가 앞다퉈 채용 중이다. 국내 통신사는 해외서 상까지 수상했지만 놀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통신업계는 규모는 작지만 기술 주도권을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통신사의 이해추구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 이어 AT&T가 연내 ‘비면허대역 주파수 집성 기술(LAA: Licensed Assisted Access) 상용화’를 선언했다.

LAA는 주로 무선랜(WiFi, 와이파이)에 쓰는 5GHz 주파수를 LTE로 활용, LTE의 속도와 용량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5GHz 주파수는 비면허대역이라 누구나 각자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LTE는 주파수 총량이 많아지면 그에 비례 품질이 나아진다. 주파수는 총량이 정해진 자원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이동통신에 필요한 주파수는 늘어난다.

이 때문에 LTE뿐 아니라 5G에서도 LAA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가상현실(VR) 등 데이터를 주고받는 서비스는 급증하고 있다. 통신기술이 진화해도 주파수가 없으면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버라이즌과 AT&T는 1Gbps급 서비스를 예고했다. 이론적 최대 속도로는 국내 최고인 SK텔레콤의 700~900Mbps 보다 빠르다.

무선랜과 LTE를 동시에 이용해 이동통신 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사실 국내 통신사가 먼저 했다. 2015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무선랜과 LTE를 동시에 가동해 최대 1.7Gbps 속도를 내는 이종망동시전송기술(MPTCP: Multi-Path Transmission Control Protocol)를 세계 최초 상용화했다고 다퉜다. SK텔레콤 ‘밴드LTE와이파이’ KT ‘기가LTE’ LG유플러스 ‘기가멀티패스’로 홍보했다. LAA의 경우 SK텔레콤은 작년 9월 퀄컴과 올해 7월 에릭슨과 시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모바일웥드콩그레스(MWC)2017’ 주요 전시품 중 하나로 내세웠다. 지난 5월엔 스몰셀 인더스트리 어워드‘에서 LAA로 혁신적 소형셀 아키텍처 부문을 수상했다고 자랑한 바 있다.

하지만 3사는 홍보에만 치중했지 실제 서비스는 힘을 쏟지 않았다. KT의 기가LTE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허위과장 광고로 도마에 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적 징계는 하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통신 3사 서비스 모두 최대 속도의 절반도 미치지 않음이 드러났다. LAA는 상용화 계획이 없다.

3사는 “MPTCP는 이용자가 많지 않아 효용이 낮았다”라며 “무선랜과 LTE를 같이 쓰는 것에 비해 LTE가 편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LAA에 대해선 SK텔레콤은 “무선랜을 통신사가 점유하는 것과 관련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기술 개발과 상용화는 또 다른 여러 따져 봐야할 것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기술은 연구 중이지만 상용화 계획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국내 통신사가 무선랜 활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비용 대비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MCTCP는 무선랜으로 받은 데이터만큼 과금을 할 수 없다. LAA는 비면허대역 주파수의 LTE 활용분을 어떻게 과금할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선랜이 통신비 절감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지는 마당에 통신사가 품질저하를 유발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력을 주파수 할당대가 하향과 맞바꾸려는 전략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주파수가 부족하니 LTE 주파수를 더 달라는 주장도 힘이 빠진다.

한편 LAA를 상용화할 경우 직접적 수혜를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은 하반기 나올 각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다른 스마트폰은 전체 주파수 총량 증가에 따른 가입자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