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올해 6월 발간한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2017년 특별호에 실린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편집 사정상 기사의 내용이 특별호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편집자>
-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의 몫”…인공지능의 역할에 선그은 IBM
-금융권, 챗봇·콜센터 적용후 AML 등 BI 영역으로 확대 예상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인공지능이 4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개다.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접목되면서 ‘스마트 라이프’(Smart Life)의 밀도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번역서비스, 콜센터 등 적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에선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개인비서가 존재한다.
기존 스마트홈 시스템에선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TV가 켜지고, 가스레인지가 가동되고, 목욕물이 데워지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디테일해지고 있다. 주인의 기분과 바이오리듬을 감안한 조명 밝기, 스테레오의 음악 선곡, 보고 싶은 TV 프로가 세팅된다. 그리고 과거 동글동글한 로봇 청소기가 휘젖고 다니던 거실엔 이제 아름다운 용모의 인공지능 로봇 가정부가 조만간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과 로봇간의 경계는 무엇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앞으로 수없이 던져야할 질문이다. 어쩌면 왓슨(Watson)을 개발한 IBM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해 놓았을지 모른다.
물론 IBM의 답변은 명확하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단지 의사결정을 도울뿐이다’. 실제로도 의료 분야에 적용된 왓슨은 의사를 도울뿐 의사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의사를 대신한다’는 것은 인간의 관점이다. 고독한 선택의 문제에 대해선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몫이라고 IBM은 강조한다.
물론 때로는 혁신적인 기술이 제작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되기도 한다. 양말을 장갑으로도 사용하듯 기술의 활용 목적은 결국 사용자가 결정한다.
올해 초, 한 외신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후코쿠(富國) 생명은 보험금 지급 심사업무에 IBM '왓슨'을 투입해 의사의 진단서를 바탕으로 지급 보험금을 산정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9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이 보험사는 기존 34명이 직원이 해왔던 일을 앞으로는 왓슨이 처리하도록 했다.
논란은 불가피했다. 이 보험사는 인공지능 도입으로 생산성을 30% 높이고 연간 직원 임금 약 165만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사람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앞으로 대신하게 됐다. 외신은 후코쿠 생명이 왓슨 시스템 설치에 236만 달러, 연간 유지보수 비용으로 17만 달러를 지출해 2년 정도면 기존 인건비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의 출현… ‘인간과의 협업’ 기대
인공지능의 존재는 인간과의 조화로운 협업,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 그리고 강도 높은 노동으로부터 탈출해 여유있는 인간다운 삶을 찾는 것이다.
왓슨의 탄생 과정을 짚어보면, IBM의 의도와는 별개로, 결과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향하고 있다. IBM의 초대 회장인 토머스 왓슨(Thomas John Watson)에서 이름을 따온 ‘왓슨’은 자연어 처리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술이다. 인간의 언어로 된 질문을 알아듣고, 짧은 시간에 답까지 찾아내 말로 답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미국의 텔레비전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퀴즈 챔피언들을 압도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 과정이 있기까지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왓슨’ 이전에도 IBM은 여러 형태의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해왔다. 처음에는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기자는 것을 목표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목표는 16년간 세계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던 러시아의 프로 체스 선수 게리 카스파로프였다.
앞서 IBM이 1989년에 내놓은 첫 번째 인공지능 ‘깊은 생각(Deep Thought)’는 4개임 중 1게임도 따내지 못하고 카스파로프에게 완패했다. IBM은 절치부심 끝에 6년 뒤인 1996년 ‘깊은 생각’을 업그레이드 한 ‘딥 블루(Deep Blue)’로 재도전했다.
딥 블루도 1차전에선 카드파로프에게 패배했다. 마침내 1년 뒤 2차전에서 마침내 딥 블루가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다. 어쩌면 이 장면에서 인류사는 다시 쓰여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로부터 10년후, 2005년 IBM은 인간과의 퀴즈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에 도전하기로 결정한다. 인간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IBM의 목표였다. 이는 체스보다 훨씬 더 어려운 기술이다.
물론 왓슨은 최초 테스트에서 인간 경쟁자들에게 참패했으나 집중적인 개발 인력을 투입해, 마침내 2011년 2월 ‘제퍼디!’ 퀴즈쇼74회 연속 우승자인 켄 제닝스와 최대 우승상금 기록 보유자인 브래드 러터를 꺽게됐다.
의료에 활용되는 왓슨, 금융산업엔 어떤 모습으로?
현재 왓슨은 한 종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 법률, 금융, 유통 왓슨 등 여러 가지 버전이 개발돼 있다. 주지하다시피 왓슨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활약하고 있는 의료 분야다.
의료분야의 경우, 왓슨은 딥러닝 기술을 통해 데이터 속에 패턴을 발견하고, 분류를 통해 예측하는데 왓슨의 헬스케어 솔루션 기술은 이런 패턴 인식을 통해 이미지를 정확하게 판독해낸다. 즉, X ray 촬영, 컴퓨터 단층촬영 및 병리조직검사 슬라이드 등 영상적 데이터진료 자료를 입력하면 인간보다 훨씬 빠른 의학 자료 분석을 통해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것이다. 해외 적용사례를 보면, 의료 분야 논문 2000만 건을 학습해 의료 분야에 투입된 왓슨은 전문가도 알아내기 힘든 어려운 특수 질환을 알아내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에선 이 최초로 왓슨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2016년말을 기준으로, 가천대 길병원은 ‘왓슨 포 온콜로지’가 전체 암종의 65%를 커버한다고 밝혔다. 대장암, 위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을 왓슨이 진단해 내는데, 정기적으로 빠르게 최신 의학정보들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옵션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왓슨은 방광암, 신장암, 간암, 식도암, 백혈병, 흑색종, 구강암, 췌장암 등 여러 암종들로 분석이 가능하도록 확대하고, 2017년 말까지 85%의 암종을 커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IBM이 의료 산업을 선점한 이후, 다음 수순으로 왓슨을 앞세워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금융산업이다. IBM은 2020년까지 의료, 금융산업 분야에서 연간 100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IBM은 금융시장의 잠재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선 챗봇, 콜센터 등에 IBM을 포함한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하지만 IBM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다.
이와관련 IBM은 2016년9월, 매우 의미있는 M&A를 성사시켰다. 금융 리스크관리 및 규제대응 컨설팅 전문회사인 영국의 프로먼토리 파이낸셜 그룹(Promontory Financial Group)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프로먼토리社에는 AML(자금세탁방지), IFRS(국제회계기준) 등과 같은 복잡한 금융 규제 관련 전문가가 600명이나 포진해 있다.
금융 ‘규제 대응’(Comliance)는 매우 전문적이고, 복잡하며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하는 분야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가 바로 ‘규제 대응’분야다. 만약 이 ‘규제 대응’ 분야에서 IBM이 성과를 낸다면 금융권에 불게 될 후폭풍은 훨씬 더 강도가 세질 수 있다.
IBM에 따르면 2015년에는 전체적으로 2만개 이상의 새로운 각종 규정 요구 사항이 만들어졌으며 오는 2020년까지는 전체 규제 카탈로그가 3억 페이지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이 갈수록, 금융회사의 독자적인 대응이 거의 불가능할 수준으로 그 규제 대응 데이터가 늘고 있다. 관련하여 IBM은 전세계적으로 주요 은행들이 지출하는 운영비용중 약 10% 정도인 2700억 달러(한화 약 300조원)가 이같은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IBM은 왓슨의 역할이 ‘규제 대응’ 직원들의 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에 한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 인공지능 적용 아직 초보단계…“2~3년후, AML등 BI에 적용”
국내 금융권에서는 이제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서비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인공지능 분석기법을 활용한 지능형 콜센터의 역할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넓게보면 아직 금융산업에 적용된 인공지능의 역할 범위를 놓고 본다면 초보 단계다.
해외에서도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하기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후코쿠 생명의 사례는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아직 해외 금융회사들의 사례도, 우리 금융회사들이 벤치마킹할 정도의 경험치가 많이 쌓이지는 않은 상태다. 일단 국내 금융권에서는 챗봇, 콜센터(상담원) 등 대고객 비대면채널 부문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당분간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재 금융권에서는 은행, 보험, 카드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챗봇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챗봇서비스의 수준은 사람을 대체할 수준은 못된다. 오인식률이 여전히 존재할뿐만 아니라 사전에 입력된 내용을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인지해서 응대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이 어렵다. 물론 지금 수준의 서비스만 하더라도 24시간 고객 응대가 가능하고, 상담원의 감정 노동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리고 대고객채널 적용이 어느정도 완료된 이후부터는 AML, 리스크관리시스템 등 금융회사 내부의 규제 대응 업무에도 적극적인 도입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부터가 금융권의 2단계 인공지능 도입 시기로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워낙 속도가 빨라서 쉽게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지금 추세라면 2~3년 정도후에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BI시스템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금융권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서비스, 콜센터 서비스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화될 것으로 에상된다. 금융권 및 IT업계에 따르면, 왓슨의 한국어 인식 정확도는 96% 수준이다. 그런데 2020년이면 이같은 오인식율은 크게 줄어들어 보다 완벽하게 콜센터 업무에 적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2020년, 인공지능이 훨씬 더 똑똑해지더라도 콜센터 직원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올해 11월까지 인공지능 기반의 콜센터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NH농협은행은 콜센터 규모가 약 1000석이다. 한정된 직원으로 원활하게 콜센터 처리하기위해서는 고객과의 면담시간을 최적화시켜야한다. 인공지능이 고객의 목소리를 인식, 빅데이터로 분석한 뒤 정보를 찾아 콜센터 직원의 모니터에 정보를 띄우는 역할을 실시간으로 보좌한다. 덕분에 콜센터 직원은 고객과의 면담 품질을 높일 수 있다. NH농협은행측은 “인공지능 효과가 좋으면 오히려 콜센더 직원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