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무산으로 SK텔레콤은 새로운 파트너 찾기에 돌입했고 궁지로 내몰렸던 CJ헬로비전은 ‘원케이블’을 외치며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성이 심각하다며 양사의 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결합은 조건부 승인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시 방송통신 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던 양사의 결합은 권력자에 대한 공정위의 과잉충성으로 불발로 돌아갔다.
SK와 CJ는 끝내 한가족이 되지 못했고 지금은 통신, 방송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가 됐다.
M&A 무산 이후 CJ헬로비전 구원투수로 등장한 변동식 대표는 '1위 사업자 위상 회복'을 천명했다. M&A의 주체가 될 지언정 팔리는 입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CJ헬로비전은 다른 케이블 방송사업자와 달리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이동통신 사업(알뜰폰)도 열심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특히, CJ헬로비전은 다른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와 달리 이동통신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알뜰폰 뿐 아니라 전국망을 보유한 제4이동통신 사업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신규 이통사가 등장하면 가장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역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CJ헬로비전은 적당한 매물이 없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지만, 방송 분야에서 적극적인 M&A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에서 통신3사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곳은 CJ헬로비전이 유일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디어 역량 확대를 고민하던 SK텔레콤은 파트너가 바뀌었다. SK텔레콤은 17일 SM엔터테인먼트와 자본제휴를 강화했다. 자회사 아이리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CJ헬로비전과의 M&A 불발 이후 남아있던 콘텐츠 강화라는 숙제를 해결하는 의미도 지녔다.
SK텔레콤은 이번 계약에 대해 “SK그룹 신경영방침 ‘함께하는 딥 체인지 2.0 성공 사례”라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한류 콘텐츠 산업 결합을 통해 5년 내 10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CJ가 들어가야 할 곳에 SM이 자리를 잡은 셈이 됐다.
물론, CJ E&M 등 CJ그룹과 협력 창구 자체가 막혀있는 것은 아니지만 M&A가 불발된 상황에서 협력을 재추진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SK 진영이 콘텐츠 파워가 커질수록 CJ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M&A가 성사됐다면 지금쯤은 CJ E&M과 SK브로드밴드간 전방위적인 협력이 진행됐겠지만 지금은 유료방송 가입자 유치는 물론, 콘텐츠 분야에서도 양사는 최대 경쟁자일 수 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