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통신분야 전문가 및 공무원 출신 상임위원이 없는 상임위원회가 출범할 전망이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3월 24일 김재홍, 이기주 상임위원의 퇴임을 시작으로 4월 7일 최성준 위원장도 임기를 마쳤지만 아직 후임 인선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5명의 상임위원 중 김석진 상임위원은 자유한국당에서 연임을 확정했고, 지난번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방통위에 입성한 고삼석 위원은 이번에는 대통령 임명으로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위원장에는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가, 정당 추천 상임위원에는 더불어민주당이 허욱 전 CBSi 대표를, 국민의당이 표철수 전 안철수 대선캠프 공보단장을 추천했다. 이들이 별 일 없이 청문회 및 국회 동의절차를 거치면 7월 마지막주 부터는 4기 방통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인적구성을 전제로 할 경우 4기 방통위는 지난 1~3기 위원회에 늘 포함됐던 고위공무원 출신 또는 통신 및 ICT 전문가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는 첫 번째 위원회가 된다.
이효성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진보 성향의 언론학자로 분류된다. 허욱 내정자 역시 CBS 기자 출신이고 표철수 내정자 역시 KBS 기자출신으로 현재는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고삼석, 김석진 역시 방송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통신이나 ICT 전문가 출신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는 없는 것이다.
그동안 1~3기 위원회를 거치면서 방송 분야 인사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1명 이상은 통신 및 ICT 전문가가 포진해있었다. 1기 위원회에서는 와이브로 전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서울대 교수 출신 이병기 부위원장과 전 정통부 통신정책국장 출신인 형태근 상임위원이 자리를 지켰다.
2기 위원회에서도 임기 도중 EBS로 자리를 옮겼던 신용섭 위원의 경우 방통위에서 통신정책국장,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등을 역임했었다. 신 위원의 자리를 물려받은 김대희 위원도 정통부, 방통위에서 통신 및 IC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2기 위원회에서는 최시중 위원장이 비리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1년이지만 정통부 차관 출신인 이계철씨가 위원장을 맡기도 했었다. 3기 위원회에서도 정통부, 방통위에서 통신 및 ICT 분야를 담당했던 이기주 실장이 합류한 바 있다.
이들 공무원 및 통신 전문가 출신 상임위원들은 일방적으로 방송쪽으로 흘러갈 수 있는 사안이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의 진흥과 규제 등에서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논의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과 1명의 상임위원을,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는 구조였다. 여권이 3명이기 때문에 그 중 1명은 공무원이나 ICT 전문가를 추천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다수당이 없는 다당구도가 된데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방송분야의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보수정당에서도 통신보다는 방송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보니 ICT 및 통신 전문가가 자연스레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전체적으로 보면 방송정책에 대한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단말기유통법 등 통신분야 정책 비중도 만만치 않다. 방송이 재허가, 재승인 등 굵직한 이슈에 집중됐다면 통신은 단통법 위반 등 시장감시는 365일 이뤄지고 통신사에 대한 규제 이슈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어 방송 이슈에 견줘 비중이 적지 않다. 특히, 진흥 분야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철학 및 방향에 따라 진흥 정책의 방향도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통신 규제 정책은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4기 위원회는 방송 및 언론계 인사가 상임위원회 자리를 모두 채움에 따라 향후 700MHz 주파수처럼 방송과 통신업계간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이나 통신 산업의 규제와 진흥의 조화로운 정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