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최근 최순실 게이트 공판에서 충격적인 증언들이 나왔다. 지난해 방송통신 업계 최대 이슈였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무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입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불허 결정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의 증언이니 실로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방송통신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사안이 그렇게 권력자의 한마디에 뒤바뀐 것이다. 이미 지난일이니 되돌릴 수도 없다. 아마도 다시 추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이 M&A를 강하게 반대했는데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공정위에 압박을 넣었다는 것이다. 설마했던 소문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M&A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거웠던 만큼, 불허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해당 분야의 전문기관인 공정위가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180도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또 한번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문구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문화부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보면서 상급자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복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지나치게 순수한 영혼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어느 조직이나 상급자의 눈치는 보기 마련이다. 소신 있는 직원이 다 승승장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백번 양보를 하더라도 공무원이 지켜야 할 마지노선은 있기 마련이다. 공정위는 공정한 거래를 위한 가치판단이라는 조직 최고의 덕목을 걷어찼다.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위상에 스스로 재를 뿌렸다.
최근 일단락 됐지만 이동전화 기본료 폐지 논란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주무 부처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생각이 다르면 기업편을 든다고 매도하는 모습에서 이 정부 역시 영혼 없는 공무원을 강요하는 것 아닌지 말이다.
가계통신비 부담은 낮아져야 하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토론을 통한 소통이 아니라 통치권자, 권력자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또 다른 적폐가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