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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불모지 美…트럼프 압박에 꽃씨 뿌리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애플이 제조업 일자리 확대를 위해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내에 디스플레이 관련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TV 시장이지만 자국에 디스플레이 팹(Fab)이나 공장은 없다.

이에 앞서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은 애플과 함께 70억달러(약 7조9200억원)를 미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샤프 제품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스콘과 샤프가 디스플레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지지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콘 궈타이밍 회장, 샤프 다이정우 사장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나는 샤프의 팬이다. 샤프 제품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프는 지난해 2월 폭스콘에 인수합병(M&A)됐다. 이후 폭스콘은 샤프가 생산하는 LCD 패널 가운데 일부를 공급받던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끊고 TV 판매량 확대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다.

폭스콘 궈타이밍 회장은 자국의 제조업 부흥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70억달러를 들여 미국에 디스플레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와 관련된 반응이 뒤늦게 알려진 셈이다.

관건은 효율성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이면서도 디스플레이 공장이 자리 잡지 않았던 이유는 패널 거래가 달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궈타이밍 회장의 발언 이후에 미국이 고용에 효과가 크지 않은 공장보다는 환율정책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 낫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하지만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이기지 못하고 10억달러 투자를 발표하면서 이른바 본보기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보유하고 있는 현금 가운데 93%(2800억달러)가 해외에 있고 이 돈이 미국 외에 있는 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이 돈을 미국으로 송금하면 35%의 법인세를 부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컨트(DSCC)는 “최근의 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애플의 투자에는 디스플레이 제조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며 “폭스콘의 첫 번째 투자는 TV보다는 아이폰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애플 입장에서는 핵심부품 생산 여건이 만들어지면 미국에서 얼마든지 아이폰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에도 7억달러(약 81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의 인조 사파이어 공장 설립을 시도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사파이어 양산에 실패하면서 흐지부지 됐고 해당 부지는 데이터센터로 전환됐다. 최근 애플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물론 전력관리칩(PMIC) 등을 직접 설계해 생산하는 방안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핵심부품 역량이 갖춰질 경우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얼마든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을 만들 의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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