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5일 매출액 6조2895억원, 영업이익 2조4676억원, 순이익 1조898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는 물론이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39%로 2015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SK하이닉스 호실적의 바탕은 D램, 낸드플래시를 필두로 한 메모리 반도체 호황 덕분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IT 기기의 고사양화, 두 번째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각 기업의 엔터프라이즈(서버, 스토리지) 관련 투자다.
공급 측면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낸드플래시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라 D램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실제로 낸드플래시에 더 많은 설비투자(CAPEX)가 이뤄지고 있고 D램은 미세공정의 한계, 연구개발(R&D)의 어려움 등의 요인이 겹쳤다. 이른바 무혈(無血) 호황인 셈이다.
일단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15억대 내외의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이 극적으로 높아지기는 어렵고 지금은 사양을 높여가는 단계여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불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후방산업의 제한적인 공급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가 핵심이라고 봐야 한다.
SK하이닉스도 같은 입장이다.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김준호 사장은 “올해 D램 시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IT 기기의 판매량의 증가보다는 용량의 확대가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며 “공급 측면에서는 D램 캐파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업체의 클린룸 공간이 부족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3D 낸드 투자 부담에 따른 (D램) 투자 여력의 감소 등으로 인해 공급 증가율은 수요 증가율보다 다소 낮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R&D에 성공한 72단 3D 낸드는 내부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에 양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뿐 아니라 주요 업체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인해 D램 수요도 견조하다. 비수기가 이 정도였으니 성수기에는 페이스 조절이 필요할 정도다. 이천 M14 2층의 절반을 우선 배정하기로 한 상태이고 나머지 공간을 어떻게 쓸지는 시황을 보고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10나노 후반(1x) 나노 D램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초 예상처럼 올해 3D 낸드는 2D 낸드의 비중을 넘어설 전망이다. D램의 경우 1x 나노가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가면 연말에는 10%에 미치지 못하는 비중이 예상된다. 20나노 초반(2z) 나노의 비중을 넘어서려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말, 혹은 내후년 상반기 정도다.
도시바 인수와 관련 없이 계획된 7조원 수준의 설비투자는 집행된다. 김 사장은 “기본적으로 7조원 수준의 설비투자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 (도시바 인수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으나 어떤 결과가 있다 하더라도 3D 낸드 전환에 따른 지출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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