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12년 연속 세계 TV 1위를 노린다. 삼성전자는 1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2017년형 TV 신제품 공개행사를 가졌다. 올해 신제품은 화질을 강조한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TV와 디자인을 내세운 ‘더 프레임’ 쌍두마차다. 삼성전자는 삼성TV의 미래를 ‘스크린 에브리웨어(Screen Everywhere)’라고 제시했다.
스크린 에브리웨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화면을 모든 곳에 두겠다는 뜻. 삼성전자가 그동안 추진해 온 세컨드TV 전략의 확장이다. TV 시장은 포화상태. TV업체는 거실 TV 교체수요와 안방 주방 등 다른 공간에 TV를 1대 더 두도록 유도하는 세컨드TV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찾아왔다. 스크린 에브리웨어는 결국 거실 뿐 아니라 집 안의 다양한 공간에 TV를 놓겠다는 전략이다. 제2의 TV가 아니라 제3, 제4의 TV를 곳곳에 둬 TV를 방송을 보는 도구만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과거에 TV는 제한된 공간에 놓여져 TV 또는 영상물 시청이라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머물러 왔다”며 “앞으로는 집안 어디에서나 공간의 제약 없이 설치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어떤 콘텐츠도 담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TV의 형태와 서비스 등 모든 것이 변해야 하며 TV가 꺼져 있는 시간에도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크린 에브리웨어는 지난 2009년 미국 유료방송 업계가 내놓은 ‘TV 에브리웨어(TV Everywhere)’와 유사하다. TV 에브리웨어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업계의 대두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 케이블TV 업계의 전략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TV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유료방송 시청자에게 TV뿐 아니라 모바일 등 다른 기기에서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TV 에브리웨어는 ‘N스크린’으로 확대됐다. 케이블TV뿐 아니라 관련 업계 전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TV 에브리웨어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형태라면 스크린 에브리웨어는 하나의 집에서 다양한 TV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형태다. 세컨드TV 전략은 2명이 서로 다른 방송을 보는 일에 초점을 맞췄지만 스크린 에브리웨어는 서로 다른 TV로 이용하는 콘텐츠를 방송에 한정치 않은 셈이다. 거실TV는 방송을 안방TV는 게임을 주방TV는 예술작품을 소비한다. 꺼져있는 욕실TV도 오브제로써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스크린 에브리웨어가 TV 판매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TV에 대한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가TV는 이미 디자인을 앞세운 경쟁이 치열하다. TV업계는 TV가 액자 등 소품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판촉 전략을 수년전부터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콘텐츠의 주요 이용 경로가 TV에서 모바일 기기로 이동하고 있다. TV 자체가 없는 가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집 안의 TV’가 아닌 ‘손 안의 TV’ 시대다. TV 에브리웨어는 케이블TV 생존전략이었지만 케이블TV 몰락을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