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와 차이나스타(CSOT)에 이어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10.5세대(3370×2940mm)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장소는 중국 광저우이며 투자액은 610억위안(약 10조5400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시황 개선이 이뤄졌으나 얼마나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저세대 팹(Fab)을 일부 정리하면서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TV 교체주기의 도래, 대화면 제품의 강세, 세트 업체의 마진 압박, 그리고 10.5세대 LCD 라인이 가동되는 내년이 문제다.
폭스콘이 짓는 광저우 공장은 8K 해상도와 대형 LCD 패널 위주로 2019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8K와 대형 LCD 패널 대응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먼저 울트라HD(UHD)와 같은 해상도 증가와 함께 화면크기가 커지고 있는 트렌드를 살펴봐야 한다. 전 세계 평균 TV 화면크기가 40인치 이상이고 55인치, 65인치와 같은 대화면 라인업도 늘어나고 있다. 수요는 정체되어 있는데 화면크기가 확대되고 있다.
분위기를 감지한 중국 패널 업계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BOE가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지난 1월 대형 LC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출하면적으로는 LG디스플레이나 삼성디스플레이에 뒤지지만 얼마나 대형 LCD 패널에 집중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콘은 일본 샤프를 통해 보유한 10세대 LCD 라인과 더불어 대형 LCD 패널 시장 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여전히 TV는 해상도와 화면크기가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8K는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세력 확산이 예상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가격은 차치하고서라도 UHD 이상의 해상도 대응이 쉽지 않다.
UHD도 제대로 보급되지 못한 마당에 8K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으나, 지난 2010년에 UHD 대중화에 의구심이 많았고 전송규격, 통신망, 콘텐츠 확보 등에서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으나 결과적으로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다. 폭스콘은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8K와 대화면 트렌드가 이어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계산한 셈이다.
최대 불안요소는 앞서 언급한 공급과잉이다. 중국에서만 10세대 이상 LCD 라인이 8개 이상 건설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면 치킨게임이 불가피하다. 다만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계가 한국보다 앞서 LCD 라인을 가동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고 수율이나 안정화 문제가 있어서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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