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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군주민수(君舟民水)’

- ‘갤럭시노트7’ 사태, 소비자 테스터 삼는 관행 척결 계기돼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해마다 교수신문은 연말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한다. 작년엔 ‘군주민수(君舟民水)’가 뽑혔다.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강물은 백성 배는 임금을 상징한다. 순자 왕제편에서 유래했다. 군주민수에 이어 지지를 받은 사자성어는 ‘역천자망(逆天者亡)’이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말이 뽑힌 것은 현재 시국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으로 바꿔도 의미는 이어진다. 소비자가 외면하면 기업도 끝이다. 그동안 최신 정보통신(IT)기기는 어느 정도 불량이 발생해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관행이었다. 때문에 신제품을 처음 산 사람은 ‘고객’이라기보다 ‘테스터’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실제 불량을 호소해도 ‘블랙컨슈머’로 매도당하는 일도 빈번했다.

‘갤럭시노트7’ 폭발도 그랬다. 판매 초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업계 전반의 분위기였다. 이전에 인위적 폭발을 일으키고 트집을 잡는 이가 종종 있었던 것도 긴장을 늦추게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폭발은 이어졌고 제품은 단종됐다. 삼성전자는 306만대의 제품을 버렸다. 스마트폰 세계 1위마저 흔들린다. 배터리 불량이 원인으로 드러났지만 삼성전자가 입은 내상은 쉽게 회복할 성질이 아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지난 23일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 발표를 하며 소비자에게 사과했다. 그는 “1차 리콜 때 보다 자세하게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이중잣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소비자 안전을 위해 빨리 빨리 진행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더 안 좋게 됐다”고 책임을 통감했다. 재발 방지와 향후 제품 품질, 소비자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는 약속도 했다.

결국 ‘갤럭시S8’에 모든 것이 달렸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예년에 비해 갤럭시S8 출시시기를 늦춘 것은 긍정적이다. 지금은 돌다리를 두들길 때다. 이번 사태는 다른 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를 테스터로 여기는 관행이 없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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